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정당이 원전 정책과 관련해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혜훈 대표는 12일 탈(脫)원전의 대안을 위한 행사에 참석한 반면, 김무성 의원은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토론회를 주최해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적 개입으로 정치행보를 재개했다. 그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아 왔지만, 문 대통령이 최근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을 잠정 중단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원전, 거짓과 진실'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저희의 잘못으로 흔들렸던 국정을 바로잡고 국가 경영을 잘해주기를 국민 한 사람으로서 바라왔다"며 "정기국회 전까지 약 4개월간을 '허니문 기간'으로 생각하고 일절 정치적 발언을 삼가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원자력 발전 정책과 관련해 법적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며 "문 대통령은 원자력은 무조건 위험한 악이고 신재생 에너지는 무조건 선이라는 허위에 입각한 장밋빛 환상을 갖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전 국민의 70%가 찬성하는 사드 배치에는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며 차일피일 시간을 미뤘는데, 정작 국가 대계인 원전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했다"며 문 대통령의 '비일관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자신의 단골 소재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도 원전 정책을 연관 지었다. "독선과 불통을 보여주는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의 폐해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회 내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이원집정부제 혹은 내각제를 통해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연말 원전 재난영화인 '판도라'를 관람한 후 탈원전 정책을 역설했던 것을 지적하며, "영화 한 편을 보고 국정 최고 책임자가 왜곡된 내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국정에 반영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원전은 발전 방식 중에 제일 안전하고, 공해가 덜 발생하는 방식"이라며 "일부 환경론자들이 사실을 오도해 국민들이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원전만이 미래 에너지의 해답이라는 문제의식이다.
이혜훈 대표는 경북 경주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정부의 탈핵 에너지 정책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원전이 생산하는 그 많은 전기를 갑자기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수 없다"며 건설 중단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원전을 장기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엔 반대하지 않는다"고도 해 김 의원과는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만드는데 굉장히 장구한 세월이 걸린다"며 "전문가들이 절차를 거쳐 (탈원전)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배심원제 도입 등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모여 결정을 내리면 온 국민들이 골치 아픈 피해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탈원전에 동의하나, 대안이 우선이라는 시각이다.
이 같은 입장은 바른정당이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원전 정책 공약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당시 유승민 후보는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되, 경북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투자하자는 정책을 제시했었다.
당론이 엇갈리면서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이 대표와 같은 날 다른 입장의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면서도 "김 의원이 원전 정책을 통해 당을 흔들려 한다는 시각도 일부 있다"며 당내 기류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