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없이 어떻게 여름 나니' 부상과 휴식, 음주 사고 등으로 나란히 10일 1군 명단에서 제외된 LG 마운드 주축 3인방 데이비드 허프(왼쪽부터)-차우찬-윤지웅.(자료사진=LG)
프로야구 LG가 마운드 '3중고'에 직면했다. 외인과 토종 좌완 에이스가 동시에 엔트리에서 제외된 데다 불펜 주축이 음주 사고로 팀 분위기를 헤쳤다.
LG는 10일 오전부터 대형 사고가 터졌다. 좌완 윤지웅이 이날 새벽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접촉 사고에 휘말린 것. 경찰 조사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51%에 이르렀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LG는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무엇보다 LG는 전날 팀의 전설인 '적토마' 이병규(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의 은퇴식을 치른 터였다. 한화와 잠실 홈 경기를 강우콜드게임으로 이긴 데다 이병규의 성대한 은퇴식까지 한껏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기회였다. 그러나 윤지웅이 선수단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결국 윤지웅은 구단 자체 징계로 시즌 잔여 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윤지웅은 올해 1승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ERA) 3.86을 기록 중이었다. 지난해 4승2패 11홀드보다 낮은 수치지만 6.55였던 ERA를 3점대로 떨어뜨렸다. 올해 LG 불펜 중에는 김지용(3.63) 다음으로 낮았다.
'윤지웅 악재'가 터진 LG는 이날 마운드 주축 2명이 더 1군 명단에서 제외됐다. 외인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 지난 시즌 뒤 4년 95억 원에 모셔온 차우찬이다.
허프는 9일 한화전에서 입은 왼 허벅지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아 이탈했고, 차우찬은 지난달 27일 롯데전에서 입은 왼 팔꿈치 타박상과 피로 누적으로 제외됐다. 당장 LG는 11일 SK전 선발이던 차우찬을 임찬규로 변경했다.
▲LG, 2년 전에도 '음주 악재' 속 9위 마감
전반기 막판 가열찬 순위 다툼을 해야 할 시기에 닥친 3중고다. LG는 10일까지 6위에 머물러 있다. 39승39패1무, 간신히 5할 승률을 유지하며 5위 두산(40승28패1무)에 1경기 차로 뒤져 있다.
시즌 초반 상위권을 다투던 LG다. 이후 타선의 엇박자 속에도 LG는 5할 승률을 마지노선으로 버텼다. 원동력은 강력한 마운드였다. 4월 2점대, 5월 3점대 ERA를 사수하면서 타고투저의 기승에도 인내했다.
그랬던 LG 마운드는 6월 ERA가 4.85로 솟구쳤다. 물론 10개 팀 중 3위의 기록이었지만 타선이 상대적으로 약한 LG로서는 불안의 징조였다. 지난주도 LG의 ERA는 4.88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지웅이 시즌을 접고 허프가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다. 차우찬이야 열흘 이후 복귀할 수 있다지만 둘의 공백은 작지 않게 느껴진다.
LG는 2년 전에도 비슷한 시기에 음주 악재가 터진 적이 있다. 2015년 6월 22일 당시 불펜 필승조였던 정찬헌이 음주 사고를 낸 것. 정찬헌도 시즌 아웃과 벌금 10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네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데...' LG 양상문 감독(왼쪽)은 2015년 정찬헌의 음주 사고에 이어 올해 다시 전반기 막판 승부처에서 음주 악재의 불똥이 튀었다.(자료사진=LG)
당시 LG는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30승38패1무로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KIA에 4.5경기 차로 뒤져 있었다.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데다 2014년 최하위에서 4위로 가을야구까지 진출했던 LG인 만큼 포스트시즌 희망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LG는 정찬헌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 정찬헌은 LG 계투진 중 가장 많은 44이닝을 던지며 3승6패 1세이브 5홀드 ERA 5.52를 기록 중이었다. 당시 정찬헌은 전날 넥센전에서 4연승을 지키기 위해 등판했다. 물론 동점 홈런 등으로 블론세이브와 패전까지 안아 홧김에 술까지 마셔 사고를 쳤지만 LG의 필승조였다.
당시와 올해의 LG는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상당히 비슷한 점도 많다. 5위 이하로 처져 있지만 가을야구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팀이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음주 악재가 터진 것도 도돌이표다. 2년 전에는 9위였고 올해는 6위지만 음주 사고에 부상 변수가 더해진 상황이다.
2015년 LG는 돌발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을야구를 바라만 봐야 했다. 올해의 LG는 2년 전의 실패를 고스란히 경험했다. 과연 LG가 2년 전의 전철을 밟을지, 그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