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의 수도 말레공항의 밤은 축축하고 눅눅한 열대특유의 관능적인 열기가 여행객을 맞는다. 인천공항에서 말레까지 비행기타고 한나절, 관능적 열기가 관광객 맞아
인천을 출발해 싱가폴을 거쳐 말레까지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까지 포함해 13시간 남짓 날아온 탓에 피곤에 지친 나그네들은 서둘러 기다리는 보트에 몸을 싣고 예정된 숙소로 향한다. 말레공항은 덩그러니 공항과 그 부속 건물들로만 구성된 섬으로 어디로 이동을 하든 보트를 이용해야 한다. 우리 일행을 태운 보트도 첫날 숙소로 예정된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말레에서 북쪽으로 40분 거리. 누구도 방향을 알려주는 이가 없어도 보트의 항로가 북쪽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가 있다. 고대부터 모든 항해자들의 벗이 되온 별들이 길을 안내한다. 긴여정의 피로는 보트에 몸을 싣는 순간 말끔이 사라진다.
밤 하늘에 흐드러지게 걸려있는 별들의 향연. 이렇게 선명하고 밝은 빛을 발하는 별들을 볼 기회가 있었던가? 여름밤 모깃불을 피워놓고 평상에 드러누워 하나둘 별을 세던 유년의 기억이 새삼 되살아 난다. 몰디브의 밤하늘은 맑고 청명해 하늘에 피어있는 별들이 유독 가깝다. 망태를 메고 장대를 휘두르면 망태속으로 별들이 후두둑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별들에 취해 있노라면 보트는 금새 우리를 숙소에 내려놓는다. 캄캄한 밤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조그만 섬의 자태는 그야말로 그림같다. 어둠속에 웅크린 야자수들이 밤 바람에 흔들거리고 하얀 모래사장이 밤 바닷빛을 머금으며 빛나고 있다. 방갈로 문을 열면 바로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찰랑거리는 밤바다는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몰디브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저물었다.
1200여개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인도양 의 꽃'' 찬사 실감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에 깨어나니 동이 터오고 있다.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솓아오른 열대의 태양은 시작부터 이글거리며 야자수의 등을 타고 솟아 오른다. 투명한 남빛 바다물이 붉은 빛의 긴 그림자를 남길 즈음 마르코 폴로가 ''인도양의 꽃''이라고 극찬한 몰디브의 한 작은 섬이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리조트의 이름처럼 파라다이스가 이런 곳인가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원시열대림이 우거진 섬의 주변으로 하얀 백사장이 빙둘러 띠를 두르고 진초록부터 시작된 바닷빛깔은 쪽빛을 띠다 남색,청색,진청색으로 변하며 수평선까지 길게 이어진다. 물은 얼마나 투명한지 바닥이 훤이 비치고 산호들 사이로 크고 작은 색색의 열대어들이 노니는 모습이 어항처럼 선명하다. 섬 어디에도 80일전 이곳을 휩쓸고간 쓰나미의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몰디브에는 이런 리조트가 87개나 있다. 아직 13개 리조트는 쓰나미의 상처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정상을 되찾았다.
몰디브 정부가 발표한 쓰나미 피해는 사망 82명 실종 26명 경제적 손실 48억달러. 몰디브가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12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게다가 관광객들의 인명피해는 3명에 불과하다. 인명피해는 대부분 바다에 나가 있던 어부들이 피해를 입었다. 섬을 둘러싼 산호숲들이 쓰나미의 거대한 해일을 막아 섬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천혜의 산호초 쓰나미 피해 줄여, 덩달아 관광객 감소 몸살모하메드 사이드 몰디브 관광부 차관은 "산호가 섬을 보호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모든 리조트들이 원 아일랜드 원시스템(One Island One System)형식으로 개발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몰디브 역시 가장 큰 피해는 쓰나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관광객 감소라는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몰디브는 관광산업이 전체 국가경제의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관광객 감소로 인한 피해는 그 어느나라보다 심각하다.
사이드 차관은 "관광객들의 수가 쓰나미 이전과 비교해서 70%까지 회복된 상태다"고 말하지만 실제 관광종사자들은 겨우 절반 정도 수준을 넘어섰다고 진단한다. 특히 유럽시장은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등 신혼여행객이 대부분인 아시아시장은 쓰나미 이전에 비해 20% 수준에도 못미칠 정도로 관광객이 현저히 줄었다.
남아시아 최대의 재앙으로 불리는 쓰나미 조차도 빼앗아 가지 못한 환상의 섬나라 몰디브. 그곳에도 쓰나미의 여진은 아직도 남아 현지인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몰디브=CBS문화체육부 임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