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한 걸그룹 에이핑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걸그룹들을 향한 테러 협박이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KBS의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 녹화장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신원미상의 한 남성은 이날 발신번호제한 상태로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뮤직뱅크 녹화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그룹 에이핑크가 방송에 나오는 걸 원치 않으니 방송을 하지 않게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경찰은 특공대까지 동원해 녹화장 수색에 나섰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신고로 인해 뮤직뱅크 출연자, 팬, 방송국 관계자 등 650여 명은 1시간 30분 동안 녹화장 밖으로 대피해야 했다.
조사 결과 전화의 발신지는 캐나다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용의자는 30대 초중반 남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폭발물부터 살해 협박까지 에이핑크를 노린 위협 신고 전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번째 미니앨범 '핑크 업'(Pink UP)의 컴백을 전후해 벌써 세 차례 이와 유사한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리더 초롱은 쇼케이스 당시 "컴백 전 좋지 않은 일들로 먼저 인사를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 많이 놀라긴 했지만, 팬분들과 주변 분들이 걱정해주셔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빨리 잘 해결되어 조금 더 좋은 소식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걸그룹 트와이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트와이스는 일본 쇼케이스 도중 '염산 테러' 협박을 당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2일 '일간베스트 저장소' 걸그룹 게시판에 트와이스의 일본 쇼케이스 사진을 게시하고 염산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했다. 다행히 트와이스는 별다른 문제없이 무사히 쇼케이스를 마치고 귀국했지만 트와이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JYP 측은 "오늘 트와이스가 입국할 때 공항에 경호인력을 배치했다. 해당 글을 올린 이의 IP를 추적해 신원을 파악하고 고소 등 단호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소속 아티스트의 신변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 가용한 모든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 이 같은 협박은 다수의 관객들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더 위협적으로 작용한다. 용의자들의 패턴을 보면 일부러 그런 상황을 겨냥해 협박 신고 전화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수가 불특정다수에 대중에 노출되는 상황, 팬들과 관계자들까지 위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공포심과 두려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실제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적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적지근하게 대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고 전화가 사실인 경우에는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사망 혹은 부상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과거 극성 팬들의 행동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협박의 주체가 팬인지 안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건 팬심을 넘어선 극단적인 범죄 행위"라며 "팬덤 내에서 자정 작용이 되거나 기획사가 주의 조치로 선처할 수 있을 만한 성질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면밀한 수사 아래 용의자를 색출하고, 더 나아가 용의자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 이뤄져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서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악플러들에 대한 대처보다 훨씬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거짓 신고 전화로 대피하면서 입는 물질적 피해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해프닝성의 가벼운 일로 취급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테러 협박은 실제 목숨까지 위협하는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특정 유명인을 공포심에 휩싸이게 하는 행동에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지 통감해야 모방범죄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