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지목형 인터뷰 '힙합 릴레이'. 26번째 주인공은 팔로알토가 지목한 주노플로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필굿뮤직 제공)
미국 LA 출신 래퍼 주노플로(Junoflo·본명 박준호)는 지난해 엠넷 '쇼미더머니5'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세련된 플로우와 리듬감 넘치는 랩은 힙합 팬들의 귀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당시 우승 후보로 거론된 주노플로는 1대 1 배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주노플로는 '쇼미더머니5' 출연을 계기로 '한국 힙합 전설' 타이거JK가 수장으로 있는 필굿뮤직 품에 안겼고,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기 위해 칼을 갈았다.
'쇼미더머니6'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못다 보여준 실력을 제대로 드러낼 각오다. 또, 올해 솔로 앨범을 발매해 자신의 음악성 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소개를 부탁한다.
"미국 LA에서 온 힙합 아티스트 주노플로다. 지금은 필굿뮤직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다. 잘 부탁한다."
-팔로알토가 당신을 지목했다. (관련 기사 : [힙합릴레이] 팔로알토 "돈·인기 보다 중요한 건 음악적 자부심")
"리스펙트(Respect) 하는 뮤지션이다. 굉장히 실력 있는 프로듀서이자 래퍼라고 생각한다. LA에 있을 때 팔로알토 형의 앨범을 자주 찾아 들었고, 한국에 온 뒤 공연장에서 종종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랩네임인 주노플로는 무슨 뜻인가.
"영어 이름이 샘(Sam)인데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똑같은 이름이 너무 많아서 본명 준호를 의미하는 '주노'를 닉네임처럼 썼다. 주노플로는 '주노'와 힙합에서 중요한 요소인 '플로우'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랩을 시작한 계기는.
"힙합 음악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들었다. 특히 50센트(50Cent)와 에미넴(Eminem) 음악을 좋아했다. 사실 내가 처음으로 산 CD는 린킨파크(Linkin Park) 앨범이다. 록과 랩이 조합된 음악이 너무 좋았다.
랩 가사를 쓰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이고, 곡을 처음 녹음해 본 건 대학교 1학년 때다. 당시 기숙사에 함께 살던 친구가 내가 써놓은 가사를 비트 위에 녹음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완성한 작업물들을 사운드 클라우드와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장비를 구입하고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 언더씬에서 활동한 건가.
"미국은 메이저가 딱 정해져 있고, 그 외 뮤지션들은 다 언더그라운드다. 언더씬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과는 다른 느낌이라 내가 미국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하며 믹스테이프를 발표하고 대학교에서 공연도 하며 지냈다. 친한 친구들과 '네이티브 소울즈'라는 3인조 힙합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은.
"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플로우, 목소리 톤, 그리고 가사라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 재즈 힙합을 엄청 좋아한다. 사운드 프로바이더스(Sound Providers), 스페시픽스(Specifics),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 누자베스(Nujabes) 등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 재즈 힙합 특유의 깊이 있는 메시지가 담긴 가사가 좋았다. 요즘은 메인 스트림에 걸맞은 음악을 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즈 힙합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얻은 감성이 내 안에 남아 있다."
-지난해 '쇼미더머니5'에 지원한 계기는.
"대학 졸업 이후 2년간 부모님 일을 도우며 음악을 병행했다. 부모님은 LA 다운타운에서 패션 관련 일을 하신다. 그 일을 계속 배웠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을 텐데 갈수록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커졌다.
결국 음악만 하기로 결심하고 일을 그만뒀다. 그 시점에 친구에게 '쇼미더머니'라는 TV쇼 예선이 LA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그전까지 한국에서 랩을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한국어가 서툴러서 써놓은 한글 가사도 없었다. 고민이 많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쌓자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고, 한 달 동안 한국 드라마, 영화, 뉴스를 챙겨보며 한국어 공부를 한 뒤 '쇼미더머니'에 출전했다."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개인적으로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덕분에 필굿뮤직에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영 이후 1년간 사람들에게 '아쉬움'이란 단어를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들었다. 그 단어를 다시 듣지 않기 위해 이번 시즌에 재도전한 측면도 조금 있다. 하하."
-필굿뮤직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쇼미더머니' 출연 전 필굿뮤직 매니저 분에게 (타이거) JK 형이 내 음악을 좋게 들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기뻤던 기억이 있다. JK 형을 실제로 만난 건 탈락 이후인데 비지니스가 아닌 음악과 인생 얘기를 하며 편하게 대해준 점이 좋았다. 당시 다른 회사 몇 곳에서도 계약 제의를 받았는데 내가 가진 상품성만 보고 연락한 것 같아서 끌리지 않았다.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지 않나. 가장 좋은 느낌을 받은 곳이 필굿뮤직이었다."
-필굿뮤직 일원이 된 소감은.
"배운 게 엄청 많다. JK, 비지 형, (윤)미래 누나 세 사람은 진짜 천재 같다.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만 지켜봐도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그들과 함께 스튜디오에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즐겁다."
-'쇼미더머니6'에 재도전한 이유가 궁금하다.
"회사가 아닌 내가 결정한 일이다. 우선 작년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한대로 '아쉽다'는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기도 했고. (웃음). 또, 한국에선 '쇼미더머니'가 가장 큰 이슈를 끄는 쇼인만큼, 그 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나를 더 알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목표는 우승인가.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은 '우승하고 싶다'일 거다. 하지만 내 목표는 '쇼미더머니'를 통해 내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내 음악을 찾아 듣도록 하는 것이다."
-타이거JK&비지 팀으로 들어갈 생각이 있나.
"내가 필굿뮤직 팀을 고르면 욕을 엄청 먹지 않을까. 그건 안 될 것 같다. 하하. 만약 프로듀서팀을 선택하는 단계까지 진출한다면 다른 팀을 택할 거다. 새로운 뮤지션들과 협업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번 시즌 실력자들이 대거 도전장을 냈다.
"맞다. 엄청나더라. 지원한 래퍼가 너무 많아서 어떤 분들이 나오는지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 난 다른 래퍼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랩을 준비하고 보여주는 데 집중하려 한다."
-주노플로만의 강점을 설명하자면.
"소화할 수 있는 장르의 폭이 넓다. 재즈, 소울, 펑크, 알앨비, 트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에 걸맞은 랩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다."
-타이거JK가 특별히 해준 조언이 있다면.
"작년 '쇼미더머니' 이후 조급함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으니 곡을 빨리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거다. 그때 JK 형이 '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확실히 깨달은 뒤에 곡을 발표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을 해줬다. 맞는 말이었다. 그때 조급한 마음으로 만든 곡을 발표했으면 지금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조급함은 없다. 드렁크타이거 앨범처럼 20년이 지나도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
-신보 발표 계획이 있나.
"작업은 계속 하고 있다. 아마 올해 솔로 앨범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정규가 될지 미니앨범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발매 시점은 '쇼미더머니' 종영 이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필굿 뮤직(feel good music)을 들려드릴테니 기대해달라"
-이전 발표곡 중 추천해주고 싶은 곡이 있다면.
"우선 '페이블스(Fables)', 랩뿐만 아니라 노래 욕심도 있는 편이다. 이 곡을 들으면 그런 주노플로의 랩, 노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인피닛 스타일즈(Infinite Styles)', 레게 느낌이 강한 곡으로 내가 유연한 아티스트라는 걸 보여주는 곡이다."
-어떤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나.
"전세계적인 힙합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롤모델은 퍼렐 윌림암스(Pharrell Williams)다. 퍼렐처럼 패션, 노래, 랩, 프로듀싱 모두 다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주노플로에게 힙합은 어떤 의미인가.
"힙합은 날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사실 어린 시절에 말을 엄청 더듬었다. 그로 인해 놀림도 좀 받았다. 그래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싫었고 조용하게 지냈다. 그런데 랩을 배우기 시작한 뒤로 말을 더듬지 않게 됐다. 숨을 컨트롤하는 법을 알게된 거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랩을 하며 이전에 없던 자신감도 생겼다."
-다음 인터뷰이를 지목해달라.
"챈슬러 형을 지목하겠다. 랩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뮤지션이다. 곡도 굉장히 잘 만든다.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은 형이다. 힙합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