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참배한 것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장진호 전투'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가족사와 맞물려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참배 장면은 이날 미국 해병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됐는데, 이 영상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46만 회 조회되는 등 미국 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장진호 전투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미 해병 1사단이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에서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 7개 사단의 남진을 2주간 저지함으로써 수많은 민간인과 전투원들의 함흥 철수를 가능케 한 작전이다.
엄동설한의 악천후까지 겹치며 미 해병 1사단은 궤멸적인 타격을 받았지만, 숭고한 희생을 통해 위대한 패배로 기록됐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의 부모도 남쪽으로 무사히 피난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28일 미국 방문 직후 버지니아주 미 해병대 박물관 내에 위치한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한 뒤 "장진호 전투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급박한 순간에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많은 피난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후 해당 영상에는 장진호 전투에 대한 추모와 함께 한국 대통령의 흥미로운 인생사에 대한 관심 표명 등 2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상태다.
특히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미국 참전용사의 가족들은 "한국 대통령이 그들의 헌신을 인정해준 데 대해 기쁘다", "지금 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웃고 계실 것", "한국 대통령은 겸손했고 우리 형제들의 희생을 고마워했다"며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추모가 '공공외교'의 좋은 사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외교는 정부간 소통.협상 과정을 일컫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와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와 미디어 등을 통해 외국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 그들의 마음을 사고 감동을 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골자로 한다.
외국 국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외교관계를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참전 용사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추모는 공공외교의 대표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진호 전투는 양국이 피로 맺어진 '혈맹'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 강경보수세력인 군 출신들로부터 우호적인 인상을 확보할 수 있는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추모에 대한 미국 내 호평에 청와대도 고무된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장진호 전투 추모현장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문이 감동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가족사 등 문 대통령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연설문이 참전용사들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추모 연설문을 미국 상원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9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부부동반 만찬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어제 콴티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대통령께서 하신 연설을 봤다.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며 "어제 연설에 대한 칭송의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들었다. 축하의 말씀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