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위원장-北 위원 만찬 회동, 왜 알맹이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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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갔시오'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왼쪽)이 29일 만찬에 앞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무주=노컷뉴스)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최와 관련해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주최한 만찬이 열린 29일 전북 무주 티롤호텔. 조정원 WTF 총재가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남북한 IOC 유승민, 장웅 위원과 국제태권도연맹(ITF) 리용선 총재 등이 참석했다.

이날 만찬에는 국내외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이번 대회 개회식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보고 싶다"고 제안한 가운데 바흐 위원장과 장웅 위원이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미 바흐 위원장은 만찬에 앞서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입국해 "IOC 차원에서 이미 북한 올림픽위원회(NOC)에 평창올림픽 참가를 권유하고,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사를 건넸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도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면서 "곧 문 대통령을 만나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만찬에 앞서 바흐 위원장의 말을 전해들은 장 위원은 "내가 받은 것이 아니라 나도 그걸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남북 단일팀에 대해서는 "엄혹한 정치 현실에서 아주 어려운 일"이라며 기존의 부정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후 바흐 위원장과 장 위원 등은 만찬을 함께 했다. 식사에 앞서 인사를 나누면서 장 위원은 바흐 위원장과 흡연과 관련한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후 한 시간 반 정도의 만찬이 이어졌다.

과연 만찬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까. 장 위원은 바흐 위원장 바로 옆자리에 앉았고, 그 맞은 편에 조 총재와 유 위원이 자리했다.

만찬 뒤 장 위원은 "좋은 얘기 나눴습니다"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피했다. 재차 질문이 이어지자 장 위원은 "항상 만나면 좋다. 나쁜 게 있나"며 만찬 분위기를 전했다. "바흐 위원장에게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장 위원은 "(바흐 위원장이) 말짱하니 (상황을 잘) 알고 오셨다"고 답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알맹이는 나중에'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오른쪽부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장웅, 유승민 IOC 위원이 29일 만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무주=세계태권도연맹)

 

바흐 위원장 역시 이날 공항에서 했던 발언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북한 선수들을 돕겠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왔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다른 질문에 관한 것은 문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에 평창올림픽 와일드카드 부여와 관련한 질문에도 바흐 위원장은 "지난 2월 이미 북한올림픽위원회에 평창올림픽 참가를 권유했다"면서 "IOC는 북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도울 것이고 그밖에 부분은 문 대통령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찬을 함께 한 유승민 위원은 "위원장과 장 위원이 이렇게 (남북이 있는 게) 보기 좋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러나 개인 회동이 아니고 태권도대회를 위한 행사인 만큼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나도 IOC 위원들을 만났지만 계획된 게 아니라서 일반적인 얘기 외에 구체적인 의견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서 유 위원 본인도 "나도 처음 들은 것이라 조만간 IOC 분위기를 보고 위원장의 의중 파악해서 그 부분 생각을 깊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장웅 위원도 지바 때도 수십번 회담을 통해 단일팀을 성공시켰다고 얘기했듯이 시간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NOC끼리도 논의돼야 할 부분"이라면서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선수들을 포함한 부분들이 세세히 논의돼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제안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만찬에서 바흐 위원장과 장웅 위원 간의 대화는 알맹이가 없었던 셈이다. 사실 유 위원의 말대로 개인 회동이 아닌 공식적인 자리였기에 평창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화가 오고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장 위원과 유 위원의 발언처럼 "IOC 위원은 IOC 위원장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까닭에 정치적 이슈에 대한 발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문제는 남북 NOC, 즉 정부 측이 결정할 사안인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와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척시킬 예정이다. 북한 역시 이들의 회담 결과에 따라 추후 제스처를 취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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