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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님, 해고노동자 비정규직에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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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고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제도의 철폐를 호소했다.

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오늘(29일) 청와대 앞에서 9일째 노숙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방문한 뒤 이같은 내용으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을 발표했다.

정평위는 서신을 통해 한 가정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리해고는 명백한 살인이라면서,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정규직 제도는 민주사회의 적폐 중의 적폐라면서 국민의 절반이 비정규직의 굴레에 갇혀 불안한 날들을 살아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 다음은 서신 전문

문재인 대통령님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애쓰시는 문재인 대통령님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공의와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지혜가 대통령님과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미정상회담으로 인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 시기에 이렇게 공개 서신을 띄우는 것은 정리해고 및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에 귀 기울여주실 것을 부탁드리기 위함입니다.

현재 노동자, 「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들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노숙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대통령께서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오랜 시간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워온 노동자들입니다. 하루 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난 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공농성까지 감행했지만 마치 없는 사람인 듯 외면하는 세상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수십 년을 일해 온 일터에서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사회가 과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일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님,
한 가정을 죽음으로 내 모는 정리해고는 명백한 살인입니다.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미래를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궂은 일 가리지 않고 땀 흘리며 일해 온 ‘사람’을 ‘정리’하는 일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헌법에 보장된 일할 수 있는 권리,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부정하고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정리해고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정리해고’라고 부르는 부당한 제도를 단호하게 정리하고 폐지해 주십시오.

인간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비정규직 제도는 민주사회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적폐 중의 적폐입니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5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 갇혀 아무런 권리도 누리지 못한 채 계약해지의 위협 속에 불안한 날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 과연 행복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비상식적인 비정규직 제도, 이제는 과감하게 철폐하고 상식적인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노동3권 보장을 외치며 자신을 불사른 지 4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직장폐쇄의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법원이 파업은 정당하고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려도 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의 결정을 묵살해 버리는 이 사악한 관례를 뿌리 뽑고 노동3권이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더 이상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짓밟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나라다운 나라의 떳떳한 국민이 되고,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은 소박한 바램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시기 바랍니다. 현재 종로구청과 경찰은 수시로 농성장에 난입하여 물품을 빼앗아 갈 뿐만 아니라 화장실 가는 발걸음조차 가로막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청와대 앞 농성 9일째인 오늘까지도 청와대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온 국민을 이런 식으로 박대하는 것은 취임 후 제일 먼저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어린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며 경청해 주셨던 문재인 대통령님의 의지는 아니라 믿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산적한 과제들로 인해 심히 바쁘시겠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청와대를 찾은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대선 기간 약속했던 것처럼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라도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취임사를 통해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차별없는 세상,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의와 평화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2017년 6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 의 평 화 위 원 회
위원장 남 재 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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