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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감 실종, 막말만 남은 한국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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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전패(全敗)' 전망, 위기감·대책 대신 말싸움

(사진=자유한국당 제2차 전당대회 수도권 합동연설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가 주목을 끌지 못한 채 후보자 간 말꼬리 잡기 식의 말싸움 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전대 당일 행사장에서 '달라질게요'라는 동영상을 상영할 예정인데, 제목이 무색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29일 2차 TV토론회와 수도권 지역 합동연설회를 연이어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여지없이 막말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원유철(5선·경기 평택갑)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원 의원은 홍준표(원외·4선) 전 경남지사에게 "한국당을 살리고 보수 정치를 살리려면 품격 있는 언어로 상대방 입장에서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엊그제도 그렇다. 애들하고 못 한다고 했다. 저를 뽑아준 지역구민, 당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 전 지사가 지난 27일 1차 TV토론회에서 원 의원과 신상진(4선·경기 성남중원) 의원을 겨냥해 "애들을 데리고 (토론을) 못 하겠다"며 내심 깎아내린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홍 전 지사는 "막말한다, 비아냥댄다, 애들하고 (못 하겠다), 그런 얘기 불쾌해했다면 참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쉽사리 물러서진 않았다. "당내 경선은 허위사실을 폭로하고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찔러서 자기 표를 얻는 과정 아니다"라며 역공을 폈다.

원 의원이 먼저 홍 전 지사의 바른정당 입당 타진설(說),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 전망 등을 거론했기 때문에 정당한 반박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신 의원은 "상처받은 당원들, 보수 지지층의 마음이 다시 돌아오기 어려워지지 않나 걱정 앞선다"며 두 사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당신 탓, 네 탓 하다가 한수, 두수 주고받고 싸움을 한다"면서 "건전 보수의 기반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토론은 중심 없이 겉돌았다. 원 의원은 홍 전 지사의 지난 28일 대구·경북(TK) 지역 연설회 내용을 문제 삼았다. 당시 홍 전 지사는 "이제 남은 인생을 대구에서 하고자 한다"며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의 뒤를 잇는 그런 TK의 희망이 돼보자 생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보수의 적자가 돼 대권을 노리겠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보수의 '텃밭' TK 민심을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다.

홍 전 지사는 "주사파 정권이 목표를 보수 궤멸로 잡았다고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만 뺏으면 이 땅의 보수는 궤멸될 것"이라면서 "전대를 마치면 보수의 궤멸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 권영진 (대구)시장, 잘 들으세요!"라고 외쳤다.

당권을 쥔 뒤 공천권을 텃밭에서부터 행사하겠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대구 정치 발언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대구 간 것을 개인적으로 반대했는데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경기 출신인 원 의원으로선 홍 전 지사가 TK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을 통해 반(反) 수도권 정서를 부각시킨 셈이다. 그러나 서울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출마를 타진 중인 홍 전 지사 입장에선 수도권 차출 촉구는 '들으나 마나 한' 비판일 수 있다.

전당대회가 흥행 대신 조롱의 대상으로 격하되면서 내부 시선도 곱지 않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기초단체부터 광역단체까지 전패(全敗)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데 당 대표 후보들로부터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토론회 관전평에 대해 "집토끼만 쫓는 홍 전 지사나 울림 없는 쇄신책을 외치는 수도권 주자들이나 공허하긴 매한가지"라며 "당권의 격에 맞는 말의 무게감 없이 말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며 한숨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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