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이제 후회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우승을 해서라기보다 그만큼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제15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28)이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한 표정으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선우예권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 홀에서 17일간 열린 이 콩쿠르에서 1위인 금메달을 받았다. 5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
우승자인 선우예권은 상금 5만 달러와 3년간 미국 전역을 돌며 연주와 음반 녹음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우승 이후 처음으로 국내 공식석상에 선 그는 "과거 콩쿠르에서 스스로의 소홀함 때문에 안 좋은 결과를 받은 적이 있다"며, 때문에 "다른 콩쿠르 때보다 5~6배 이상 치밀하게 준비했다. 주변에서 너무 일찍 준비해 지치는 것 아니냐 했지만, 후회를 안 하려면 그만큼 준비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이제 나이 제한도 있어서 제가 참가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콩쿠르였고,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번 큰 영광이 값지다"고 밝혔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화제가 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는 대회다. 1962년부터 4년마다 열리며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피아니스트들에게 '등용문'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알렉세이 술타노프, 올가 케른, 츠지 노부유키 등이 이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인으로는 2005년 양희원(미국명 조이스 양)과 2009년 손열음이 각각 2위에 입상한 바 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안양에서 태어난 선우예권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미국 커티스음악원, 줄리아드 음대,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수학했고,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재학 중이다.
2013년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와 2014년 스위스 방돔 프라이즈 콩쿠르,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에서 우승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8회라는 최다 콩쿠르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어 '콩쿠르 부자'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콩쿠르 우승 경력을 소유하고 사실상 프로로서 활동하는 그가 다시 콩쿠르에 도전하는 것은 이미 고3 수험생이라는 힘든 기간을 거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다시 수능을 보기 위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일이다.
때문에 그는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콩쿠르 준비 기간에는 지인뿐만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연락하지 않는다. 그런 저를 어머니가 이제는 이해해 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그는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되고, 많은 관객이 연주회를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연주자로서 그보다 더 행복한 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앞으로 "제가 음악을 통해 경험한 치유와 행복, 위로와 같은 감정을 조금이나마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진실한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우예권은 12월 두 차례의 독주회로 관객과 만난다. 12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예정된 리사이틀은 이미 조기 매진됐다.
목프로덕션 측은 "12월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추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대관이 확정되면 7월 말 중 티켓을 오픈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23일 콩쿠르 실황 연주 디지털 음반이 전 세계 동시 발매됐다. 정식 앨범은 유니버설뮤직 산하 데카 골드 레이블로 오는 8월 발매 예정이다.
음반에는 선우예권이 콩쿠르에서 연주한 하이든 소나타 C 장조, 슈베르트-리스트의 가곡 '리타나이', 라벨 '라 발스',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의 '무장한 남자 주제에 의한 토카타' 등이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