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극심한 가뭄 속에 마지막 남은 물, 지하수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25일 서산시와 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이달 23일 오후 충남 서산에 있는 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에 해미면 관유리에 사는 주민들이 찾아와 물을 돌려놓으라며 심하게 항의했다.
농어촌공사에서 가뭄대책의 하나로 1주일 전 동네 어귀에 하루 500t 사용 가능한 규모의 대형 관정을 뚫으면서 주민들이 쓰던 소형 관정이 말라버려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소형 관정을 통해 밭이나 논에 물을 대거나 생활용수로도 썼는데, 대형 관정개발로 물이 끊겼으니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농어촌공사는 일단 새로 판 관정에서 나오는 물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소형 관정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원인이 새 관정개발에 따른 것인지, 자연고갈에 따른 것인지 조사해보기로 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관정개발에 앞서 분쟁을 미리 방지하려고 주민회의 등을 거쳐 굴착장소를 선정하는데 인근 지역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주민 민원이 매번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사실상 더는 지하수 개발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에서 관리하는 이 지역 대형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10%대 초반으로, 사실상 용수공급 기능을 거의 상실해 마지막 대책의 하나로 지자체마다 소형에서부터 중·대형 관정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서산시의 경우 충남도 등으로부터 긴급 지원받은 예산 등 24억6천만원을 투입해 가뭄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소형 관정 150공과 중·대형 관정 19공을 개발 중이어서 앞으로도 관정개발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서산시 인지면에서 물이 말라버린 저수지에 대형 관정개발을 통해 물을 채워 농지에 골고루 공급하려 했으나 일대 주민들이 지역 관정이 말라버린다는 이유로 반대해 결국 관정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가뭄이 심화하면서 관정개발을 추진하는 쪽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 간 다툼이 잦아졌고 농지가 인접한 이웃과도 관정 신규 개발을 둘러싸고 욕설을 벌이거나 몸싸움까지 하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서산시 관계자의 말이다.
서산시 건설과 관계자는 "워낙 가물어 지표면에 가까운 곳의 우물이나 소형 관정은 대부분 물이 말랐거나 양이 줄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인근에서 관정개발에 농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지하수 개발에 앞서 주민 설득작업을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 예산을 투입해 관정을 개발해도 물 배분이나 관리 등의 문제로 인접한 농민들 사이에 갈등을 빚는 경우까지 있다"며 "물이 거의 끓긴 관정 주변에서도 신규 관정이 새로운 갈등 불씨가 되고 있어 새로 물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하수 관정개발 전문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굴착을 위한 장비 설치작업 중에도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물이 끊겼다는 항의가 들어올 정도"라며 "물 때문에 예민해진 주민들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대부분 관정은 굴착깊이가 달라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데도 막무가내로 나무라면 난감할 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