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역배우들이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조은형, 안서형. (사진=연합뉴스)
단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한 축을 맡아 성인 연기자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모두 개성 있는 외모에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춰 차세대 충무로를 이끌 재목으로 꼽힌다.
충무로의 신예 조은형(12)은 최근 흥행몰이 중인 영화 '하루'에서 주인공 준영(김명민 분)의 딸 은정으로 출연했다. 극중 자신의 생일에 아빠를 만나러 약속 장소에 가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조은형은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도 아빠에 대한 원망, 자부심, 애정 등이 교차하는 폭넓은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아울러 한여름 뙤약볕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자동차 사고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직접 와이어 액션까지 해냈다.
조막만 한 얼굴과 깊은 눈매를 조은형은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어린 히데코 역으로 관객의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달 29일 개봉하는 '옥자'(봉준호 감독)에서는 안서현(13)의 활약이 단연 두드러진다. 주인공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은 사실 연기 경력 10년 차의 '중견 배우'다.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황금무지개', 영화 '신의 한 수', '몬스터' 등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봉 감독은 미자 역을 위해 2천100여 명의 배우를 만난 끝에 안서현을 최종 낙점했다. 그만큼 미자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아서다.
봉 감독은 "옥자가 동물인데 사람 같은 면이 있다면 미자에게는 산짐승 같은 면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짐승처럼 돌진할 수 있는, 누구도 이 아이를 막을 수 없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안서현 양이 얼굴에서 뿜어내는 에너지, 눈빛 자체에도 그런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동그란 얼굴과 똘망똘망한 눈을 지닌 안서현은 성인 연기자도 쉽지 않을 액션 연기를 강단 있게 해냈다. 그는 강원도 외딴 산골과 서울, 뉴욕을 누비며 끊임없이 달리고, 뛰어내리고, 차에 매달린다. 액션뿐만 아니라 십년지기 옥자와 교감하는 장면 등 감정연기도 몰입도 있게 해냈다. 스크린 속 존재감은 틸다 스윈턴, 제이크 질렌할 등 함께 호흡을 맞춘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부산행'에 공유의 딸로 나와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수안(11)은 다음 달 개봉 예정인 '군함도'로 다시 한번 '천만 배우'에 도전한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김수안의 연기에 반해 당초 시나리오상 아들이었던 캐릭터를 딸로 바꿨을 정도로 '연기 신동'으로 소문난 배우다.
'군함도'에서는 아빠 강옥(황정민)과 함께 군함도에 오는 딸 소희 역을 맡았다. 극 중 춤과 노래를 직접 소화한 것은 물론 황정민과 함께 완벽한 부녀 연기를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류승완 감독도 얼마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김수안은 천재"라며 "이 영화의 보석 같은 존재"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