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혼인무효소송' 판결문 유출과 관련해 검찰 개혁 반대 세력의 조직적 저항이 있는지 등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새 정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결문 유출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무효 판결이 난 첫번째 결혼신고 과정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힌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청와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안 후보자의 42년 전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이 빠른 시간 내 공개된 부분이다.
청와대는 당사자가 아니면 소송 유무 자체를 알 수 없는데다, 구하기도 어려운 판결문까지 공개된 것에 대해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검찰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전 정부에서 정치적 수사 논란에 휩싸인 검사장급 고위 인사를 사실상 좌천성 인사 조치하면서, 법조계 사정에 밝은 검찰 내 일부 저항 세력이 판결문 유출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정렬 전 부장판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서를 발급받은 사람, 판결 사실을 보도한 사람들은 가사소소송법을 위반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판결문 공개가 현행법 위반임을 지적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관련법령에 의하면 가정법원에서 처리한 사건에 관하여는 본인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 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시키려는 야권의 움직임도 심상찮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있냐"며 "혹시 인사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지켜봐야겠지만 민정수석 등이 그런 문제로 국회에 나간 전례가 없기 때문에 출석 여부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에게 비판과 공세가 집중되는 것을 두고 보수 야권과 검찰 내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 저항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감지된다.
청와대는 판결문 유출 경위 파악 등과 별도로 검찰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중단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자리에서 "법무부와 검찰개혁은 국민적 요구"라며 "검찰개혁을 놓치지 않도록 좋은 분을 모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문 입수 경위를 밝혔다.
주 의원은 "제가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안 후보자를 낙마시켰다는 악의적 얘기가 나온다"며 "하지만 지난 14일 인사청문요청안 내 제적등본을 보고 혼인무효는 특이한 경우라 판결문 사본 신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