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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감사인 지정 확대' 논란.. "스테로이드 처방 내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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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처방에 머물러야..."상장기업으로 감사대상 줄이고 보수 현실화 필요"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사태 이후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상장회사의 감사인 지정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회계가 바로서야 경제가 바로 섭니다.”

19,000여명의 공인회계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가 내걸고 있는 대표적인 구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구호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2016년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회계 투명성 평가에서 우리나라 순위는 평가 대상 61개국 중 꼴찌였다.

경제규모로는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가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후진국 수준인 셈이다.

한공회의 구호대로라면 이런 후진국 수준인 회계투명성 때문에 우리 경제도 바로 섰다고 보기 힘들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은 이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사의 매출을 다 더하면 국가의 생산통계가 된다. 자원배분의 의사결정은 회계정보에 기초한다. 이 회계정보가 잘못되면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생산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줄어든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 삼성 세 기업이 주도한다. 이들 기업의 재무제표가 제대로 되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타이밍도 잡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손실이 났는데 이익이 나는 것처럼 돼서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쳤다. 산업구조조정의 타이밍도 회계정보가 정확해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뒤늦게 나마 테스크포스 가동과 공청회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회계투명성 강화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대책은 그동안 회계감사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다. 기업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고 금감원 감리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상장회사 감사인 지정을 확대하는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상장회사 감사인 지정을 확대하는 것이다. 증선위가 직접 회사를 감사할 회계법인을 선택해서 지정하는 직권지정제 대상을 확대하고 회사가 희망하는 회계법인 3개를 선택하면 증선위가 그중의 하나를 지정하는 선택지정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감사인 지정을 확대하는 것은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회사가 감사인을 자유롭게 수임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자유수임제 아래서는 회사가 감사인에 대해 갑의 지위에 서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 보기 때문이다.

회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감사인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감사인은 을의 지위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사건을 낳았다는 것이다.

감사인 지정 확대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지만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전 세계적으로 감사인을 정부가 지정하는 나라가 없고, 감사인을 지정하지 않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인을 지정하면 감사인이 오히려 회사에 대해 갑의 지위에서 횡포를 부릴 수 있고, 경쟁이 없는 구조 속에 감사인의 잦은 교체로 감사의 질과 효율성도 저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가 다른 나라와 달리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회계감사제도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아야 한다는 반대논리가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의 경우 이사회가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이 경영을 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외부감사인을 선정한다. 이렇게 되면 감사인은 경영진과 독립된 입장에서 감사활동을 펼 수가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오너나 대주주가 회사경영을 직접 하면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고 감사인도 자신의 구미에 맞는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감사인은 경영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관건은 감사인 지정 확대로 과연 회계투명성이 강화되고 분식회계도 막을 수 있느냐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견해가 서로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감사인이 지정되면 독립성이 확보되는 만큼 회사의 요청에 따라 회사의 회계부정행위를 눈감아 주는 일이 없게 되는 만큼 분식회계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분식회계와 같은 회계 불법행위는 감사인이 지정된다고 색출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회사가 작정을 하고서 회계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찾아낼 길이 없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계기로 감사인 지정 확대라는 카드를 끄집어 냈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주장이다. 분식회계와 같은 불법행위는 감사인으로서 인지를 했다면 공인회계사의 직업윤리상 응당 타협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이 도둑질과 같은 범법행위를 어떤 상황에서도 눈감아 줄 수 없는 것처럼 분식회계도 감사인이 독립성이 없는 구조를 탓하면서 눈감아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감사인이 지정되면 독립성이 확보되는 만큼 회사가 분식회계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 수는 있다. 경찰이 순찰활동을 강화하면 도둑질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럼에도 감사인 지정을 확대하는 것은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것과 같은 만큼 확대한다 해도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노준화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사인 지정은 약품으로 얘기하면 스테로이드와 같이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단기처방으로만 머물러야지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자본시장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감사인 지정확대보다는 감사인이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기업을 감사해야 하는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자산규모가 120억원이 넘는 기업은 법에 의해 모두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외부감사 대상은 2만 5천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한 회계팀이 맡는 기업의 수는 평균 15개나 된다. 12월 결산법인의 결산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밤을 새운다 해도 보통 한 개 기업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수박 겉핥기 식의 감사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미국과 같이 상장기업에 대해서만 감사를 하도록 감사대상의 수를 줄이고, 보수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노준화 교수는 주장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같이 감사인을 선정하는 감사위원회가 경영진과 독립돼 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려는 노력도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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