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모두발언 후 생각에 잠겨 있다. 이 청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백남기 농민과 유족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거취가 주목됐던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해 청와대가 유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16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청와대가 이철성 청장의 유임에 대해 국회 쪽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이 청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에 대해 차분히 대응한 것과 경찰 개혁에 대해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유임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청장은 이날 경찰의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로 꼽히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관련해 전격 사과했다. 가해 주체가 불분명한 '유감' 수준에 그친 게 아니라 경찰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 청장은 경찰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박종철, 이한열 등 희생자와 특히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경찰의 수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을 비롯해, 그간 경찰은 물대포 남용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이 청장이 민주화 희생자들과 함께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언급함으로써, 경찰 입장은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
이 청장은 또 집회시위 현장에서 원칙적으로 살수차를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사용기준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도 내놨다.
사과 표명과 재발방지 대책 뿐 아니라 이날 발족한 경찰개혁위원회 영입인사와 운영계획을 봐도, 문재인 정부의 경찰 개혁 드라이브에 이 청장이 얼마나 발을 맞추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위원장을 맡은 박경서 초대 UN 인권위원장을 비롯해 3개 분과 위원들은 그간 경찰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인사들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최강욱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혁위에서 결정된 내용의 구속력에 대해서는 향후 얼마나 관련 내용이 수용됐는지 공개할 계획"이라며 "경찰의 개혁 의지를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개혁위가 단순히 자문하고 권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서 경찰 개혁의 최종 심급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내부적으로도 유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국회 안행위 관계자는 "잘못에 대한 반성과 개혁에 대한 의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 촛불집회 대응, 이 청장의 임기가 아직 1년 이상 남았다는 사실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 청장은 임기 내내 개혁에 앞장서는 역할을 맡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