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에 참석해 관계자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고(故) 백남기씨 사인이 외인사로 정정되고 경찰청장이 유족에 공식 사과하면서, 경찰의 '물대포 과잉진압' 책임이 공식화됐다. 앞서 검찰은 '돈봉투 만찬'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런 가운데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격돌할 검·경이 상대방의 이같은 약점을 겨눠 수사를 벼르고 있어, 향후 수사진행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주 돈봉투 만찬의 주역들을 면직 처분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까지 당했다. 같은 날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씨와 유가족에 공식 사과하고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을 언급하는 등 잘못을 시인했다.
이로써 문재인정부 들어 개혁 대상으로 내몰린 검찰의 불리한 입장이 공고해진 상황이다. 경찰도 사건 발생 1년 7개월간 책임회피로 일관하다 정권교체 뒤에야 '표변'하면서 신뢰성에 의문을 남긴 상태다.
흥미로운 대목은 '특권 검찰'과 '반인권 경찰'의 상징이 된 이들 두 사건이 검·경 간 교차수사 대상이라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간부 7명에 대한 살인미수 등 혐의 고발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을 소환 조사한 검찰은 강 전 청장 소환도 준비 중이다.
검찰이 그동안은 백씨 유가족 등의 고발로부터 1년 7개월간 '느림보 수사'를 벌여왔지만, 정권교체 이후 들어 변화한 환경을 감안해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전현직 경찰 간부가 재판에 넘겨질 수도 있다.
경찰은 경찰대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제기한 돈봉투 만찬 고발(횡령 등 혐의)사건을 배당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최근 법무부에 감찰결과 사본 등 수사자료 제공을 공식 요청하는 등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돈봉투 만찬을 놓고는 이미 검찰이 대검 감찰본부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가 투트랙으로 수사 진행 중인 만큼, 사건 이첩·재배당 등 '정리'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검찰은 악화된 여론 탓에 경찰에 "사건을 넘기라"고 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상당 기간 경찰은 '자유롭게' 검찰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할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고, 피고발인에 대한 '초강경 사법처리' 등 검찰과 다른 결론을 내놓을 기회가 생겼다.
이런 가운데 검·경 수사권조정이라는 문재인정부 국정현안이 본격 대두되면, 양측의 상대방 수사가 급속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 변호사는 17일 "수사권 조정 갈등 국면에 들면 검·경은 상대방이 얼마나 '부적절한 기관'인가를 입증하려 경쟁할 것이고, 이때 양측의 수사 사건이 적극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경찰 수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경찰이 과거 김광준 부장검사나 김학의 법무부 차관 수사 때의 유사 사례를 들어 맞서는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