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제기된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정황이 나왔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정윤회 문건 재조사'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청와대 분위기를 증언했다.
그는 "정윤회 문건은 100% 허구이기 때문에 보도가 나왔을 때 처음에 다 웃었다"며 "보고서가 육하원칙도 완전 없는 것을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어떻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황당한 일을 할 수 있는지 걱정도 됐다"며 정윤회 문건 수사에 관해 "100번 조사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전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을 '지라시(사설정보지)'라고 규정한 이유도 이 같은 청와대의 인식이 깔려있었다는 게 정 전 비서관의 설명이다.
또 정윤회 문건에 이어 곧바로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이 언론에서 제기됐으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의 국정개입 혐의에 대해 "저도 이번에 (최씨의) 공소장을 보고 알았다. 처음 아는 내용이 많다"며 "저도 몰랐던 내용인데 누가 알았겠나"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최씨가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성이자 독신으로 생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적인 일을 뒤에서 돕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최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 전 비서관이 알고 있었다고 맞섰다.
그 증거로 대통령으로 취임하기에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이 함께 모여 취임식의 연설문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녹취록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권의 4대 국정지표 가운데 하나인 '문화융성'이 탄생했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이 최씨의 국정개입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최씨는 말은 많은데 내용이 없다. 그냥 하는 소리"라며 "문화융성은 박 전 대통령이 만든 단어"라고 최씨의 역할을 축소했다.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의 국정개입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의 이날 증언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윤회 문건 재조사'의 명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