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의 한 농장에서 긴급방역 차량이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고무성 기자)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의 한 농장 앞.
도로에서 700m 가량 샛길을 따라 올라가자 빨간 글씨로 큼지막하게 '현장통제초소'라고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입구에는 '이곳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사환축 발생농장으로 사람·차량의 출입이 금지됩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출입이 통제됐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오르는 등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 속에도 전신에 검은색 방역복과 신발에 하얀 비닐을 착용한 파주시 직원만이 농장 앞에서 땀을 흘리며 출입을 엄격하게 막고 서있었다.
농장 안에는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긴급방역 차량만이 들어가 방역활동에 한창이었다.
출입이 통제돼 농장 안의 상황은 현장에 있던 직원을 통해서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토종닭과 오골계, 칠면조 등 1천 600마리는 지난 주말 농장 뒤편에 모두 매몰 처분됐다고 했다.
이 농장은 지난달 23일 이번 AI 사태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전북 군산의 한 종계농장에서 오골계 500여 마리를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반경 500m 안에는 가금류 농장이 없다. 반경 3㎞ 안에도 양계농장 4곳에서 불과 46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어 확산 가능성은 적은 상황.
하지만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650여 마리의 닭이 포천과 남양주 재래시장에도 판매된 것으로 확인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4.5km 떨어진 음식점은 곧바로 타격을 입었다. 지난 주말 손님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자 애타는 속내를 드러냈다.
7년째 백숙집을 운영하는 이시형(57) 씨는 "주말에 주문들이 다 취소되고, 예약했던 손님들도 오지 않았다"며 "이 여파가 앞으로 몇달 간 갈텐데 어떻게 버텨야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22km 가량 떨어진 파주시내의 한 음식점까지는 다행이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오골계를 상호로 내건 음식점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영업 중인 B 씨는 "검열을 다 하고 도계를 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는데도 사람들 인식은 좋지 않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오골계를 취급하기 때문에 앞으로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0시부터 AI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가금류 종사자와 차량 일제소독을 위해 7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 일시이동 중지(스탠드스틸) 명령도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