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의 사령탑 김호철 감독이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핀란드와 경기에서 선수들에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FIVB 제공)
김호철 감독이 환하게 웃었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꼽은 핀란드를 안방에서 제압했다. 더욱이 개인으로서가 아닌 우리로 뭉쳐 만든 승리라 기쁨은 더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은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핀란드와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1주차 A조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24-26 25-21 25-23 22-25 15-13)로 이겼다.
서울라운드 3경기 중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김호철호는 2승1패(승점 4)를 기록해 목표로 삼은 2그룹 잔류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안방에서 2승을 거둔 원동력을 선수들의 단결력으로 꼽았다. 그는 "개인이 아닌 우리를 만든 것이 큰 효과를 봤다"며 "우리는 믿은 사람도 기댈 사람도 없다.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너희끼리 뭉쳐서 해결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한 것이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선발로 내세운 송희채와 이민규가 흔들리자 노재욱과 박주형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이는 결국 승리로 이어지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에 김 감독은 "(이)민규의 토스가 좋을 때는 볼 배분율도 탁월하지만 한두 번 안 풀리다 보면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공격수들도 자신감이 떨어진다"라며 "(노)재욱이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스타일이라 투입했는데 다행히 공격수들도 덩달아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특희 송희채를 대신한 박주형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4득점을 몰아치며 김 감독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냈다. 김 감독은 "원래 강타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경기 전 연타와 틀어서 때리는 부분을 강조했는데 잘 해줬다"면서 "블로킹이 정비되기 전 볼 처리하는 능력도 좋았다"라고 칭찬했다.
서울라운드를 마친 한국은 이제 일본으로 건너가 오는 8일부터 2주차 경기에 돌입한다. 안방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김 감독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첫날 경기를 보고 연습 때와는 다른 선수들의 모습에 나도 놀랐다"면서도 "하지만 이 기세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 2승을 했다고 너무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