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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시켜줄지는 모르지만, 악역 잘할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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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추리의 여왕' 유설옥 역 배우 최강희 ②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유설옥 역을 맡은 배우 최강희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알고 보면 최강희는 그동안의 작품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배우다. 데뷔 초에는 '나', '학교', '광끼' 등에서 톰보이 같은 느낌으로 등장했다면, 이후에는 '단팥빵',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달콤한 나의 도시' 등에서 섬세한 감정연기가 필요한 역할을 맡았다. '보스를 지켜라', '7급 공무원'은 다소 코믹한 무드였고.

그럼에도 최강희는 자신이 너무 비슷한 역할만 맡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스러워 했다. 인터뷰 도중 '강짱'이라는 애칭답게 러블리한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묻어나오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23년차가 된 최강희는 차츰 '변화를 받아들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기회가 오진 않았지만, 만약 주어진다면 악역도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전혀 악할 것 같지 않아보이는 얼굴로, 그 누구보다 나쁜 역을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최강희를 만났다. 그는 이번에 종영한 '추리의 여왕'이 다른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땅을 잘 골라놓는 역할을 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노컷 인터뷰 ① 3개월 간 유설옥으로 살았던 최강희 "진짜 행복했다")

◇ "변화 받아들이는 사람 되고 싶어"

아이는 없지만 결혼한 유부녀 유설옥 역할로, 매번 파트너 완승(권상우)에게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었던 '추리의 여왕'. 최강희는 "저한테 진짜 중요한 작품이 될 것 같다"며 "어떤 느낌이냐면, 새로운 식물이 자랄 수 있게 땅 고르기한 느낌이다. 이제 아줌마 역도 할 수 있고 귀엽고 예민한 역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기를 더 잘할 수 있게 준비해 놓은 느낌이랄까"라고 설명했다.

최강희는 바로 직전에 했던 '화려한 유혹'에서도 7세 딸을 둔 워킹맘 신은수 역을 맡았지만 결은 달랐다. 돈 앞에 한없이 냉정한 세상의 생리를 알고 갑의 비위도 맞출 줄 아는 신은수보다 유설옥은 더 밝은 인물이었다.

"비슷비슷한 거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저도 귀가 얇아서 '아, 내가 비슷한 것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원래 작품 선택 기준은 '제가 재밌으면 한다'였다, '화려한 유혹' 전까지는. 전 고집이 되게 센 편인 것 같다. 남들 말을 들어줄 것처럼 하지만 결국 제가 재밌어야 한다. 제가 재밌으면 열심히만 하면 되니까. 지금까지 작품은 제가 선택한 것들이다. '화려한 유혹'은 잘 모르겠었는데 뚫어보고 싶었다. 뭔가, 이제 다른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제게는 '강짱'이라는 아바타가 있는데 걔는 다 써 버린 거다. 그래서 새로운 아바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50부작 긴 드라마도 안 해 봤고. 찍는 동안도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온다는 게 너무 두려웠다. '잠 언제 자는 거지?' 하는 생각에… 연기 가지고도 뭐라고 하고, 목소리도 안 나온다고 해서 저는 잘 시간 쪼개서 나중엔 더빙까지 했다. 병원 왔다갔다 하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걸 하고 나니 16부작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고, 일희일비 안 하게 됐다. 앞으로도 그런 도전을 계속 해 보고 싶다."

그렇다고 최강희가 뭔가를 도전하려고 하는 성향을 타고난 건 아니다. 다만 한정된 캐릭터만 고집하면서 나이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로코(로맨틱코미디), 멜로, 미니시리즈 주인공 그런 캐릭터만 고집하면서 나이가 든다고 생각하니까 좀… 끔찍했다. 사람은 성장하기 마련인데 저는 머물러서 재탕, 삼탕한다는 느낌이어서. '변신을 하자!' 이런 건 아니다. 또 (변신의) 기회가 자주 오지도 않는다. 보통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래도 변화를 좀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밝힌 롤모델은 바로 배우 손예진이었다. 최강희는 "저는 그분을 (사적으로는) 모르지만 손예진 씨 보면서 '손예진 씨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내 롤모델은 손예진이야' 이런 생각을 한다. 작품을 보면, 연기적으로 책임감이 있으신 것 같다. 그게 되게 보기 좋아 보였다. 제겐 없는 거니까. 많은 작품하시는 것도 좋았다. 저는 마음에 드는 작품 찾으려고 하면 1년에 하나 하고 그러는데"라고 설명했다.

◇ 배우로서의 여러 가지 모습은 결국, 대중에게 '발견'되는 것

사실 최강희는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2009년 영화 '애자' 때부터이니 벌써 수 년은 됐다. '애자'에서 주인공 애자 역을 맡아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인기상을 수상했고, '쩨쩨한 로맨스' 다림 역을 맡았을 때는 '2011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최고의 여자배우'로 선정됐던 그가, 실은 아주 많은 긴장 속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던 걸 이날에야 알았다.

"'애자' 때부터 쭉, 제가 손을 잘 못 썼다. 손이 너무 떨렸다. 긴장이 되기 시작해서. '단팥빵'(2004) 할 때만 해도 자유롭게 썼는데 말이죠. '하트 투 하트' 때는 하이바 쓰는 모습이 나왔는데 실제로 가지고 있는 제 공포와 비슷해서 어려움 없이 연기했고, '화려한 유혹' 때는 좀 어려웠는데, 이번 '추리의 여왕' 때 그게 좀 풀어진 것 같다. 상우 씨랑 배우들, 감독님들 덕분에. 워낙 사람들이 착하고 좋아가지고 너무 좋았다."

2015년 작품 MBC '화려한 유혹'과 tvN '하트투하트' (사진=각 프로그램 캡처)

 

본인에 대한 평가는 박하지만, 최강희는 그동안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꾸준히 맡으며 활약해 왔다. 영화든, 드라마든 보다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인물은 '남성 캐릭터'에게 더 자주 나오지만, 그는 본인 말마따나 '운 좋게' 주체적인 여성 역할을 많이 했다. 그래도 혹시 아직 나오지 않은 여성 캐릭터 중 해 보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토바이 타는 여자'를 들었다.

"1차원적으로 커트머리 여자는 보이시하다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전문직인 젊은 여성이 수트 입고 오토바이 타고 나오는 그런 장면을 한때 꿈꿨던 적이 있다."

사실 내가 이런 면도 가지고 있는 배우인데, 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어도 최강희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중에게 아직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있는지 묻자 "그건 발견되는 것 같아요"라는 가볍지 않은 답을 내놓았다.

"저는 데뷔초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근데 넌 왜 이렇게 어둡니?' 하는. 지금은 밝은 역할을 많이 해서 성격도 많이 고쳐지고 밝아졌다. 하지만 '여고괴담' 윤재이 캐릭터가 제 진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작고, 안으로 들어가고, 폐쇄적인. 그때만 해도 어둡단 얘기 많이 들을 때였는데 오죽하면 감독님이 저 보자마자 '쟤 귀신 역이다'라고 하셨을 정도다. 사실 박진희 씨 역할로 간 거였는데. 제가 청소년드라마 하면서 모범생 이미지가 좀 있었거든요. '애자'는 완전 극악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그걸 할 자신이 없는 거다. 막상 하고 나니까 뚫리더라. 연기하면서 뭔가를 분출하기도 하고. 저한테 이런 많은 모습들이 있는데 (연기하면서) 발견되는구나 싶었다. '화려한 유혹' 할 때도 나머지 연기는 다 어려운데, 딱 변신해서 극적으로 복수하는 연기는 단순한 감정이라 그런지 잘 됐다. 그때 차예련 씨가 (제 연기를 보고) '진짜 무서워' 이러더라. (웃음) 착한 이미지가 있는데 연기를 그렇게 하니까 되게 재밌었다."

◇ 자신있는 역할 '독특한 악역', 자신없는 역할 '팜므파탈'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 모든 배우들의 꿈이겠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본이란 게 항상 비슷비슷한 게 돌고 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강희는 누군가 자신을 믿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다른' 역할을 맡겨주길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열심히 할 의향도 있다.

가장 선명한 연기 변신이 가능한 '악역'도 그가 욕심내는 역할 중 하나다. 오히려 "되게 잘할 것 같아서 (악역으로 한 번) 가면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재차 말했다. "저를 시켜줄지를 모르겠다"는 말이 곧장 붙었지만.

"1차원적인 악역은 아닐 것 같다. 제가 날카롭게 생긴 건 아니라서. 친구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쁜 캔디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면 제가 주인공을 해야 한다고. 착한 얼굴로 많은 사람 울리는 그런 악역이 나오면 잘할 수 있겠죠."

반면 치명적인 섹시함을 풍겨야 하는 팜므파탈 역은 영 자신이 없다. "그건 진짜, 포기포기!"라며 웃었다. '화려한 유혹' 신은수가 약간 팜므파탈적인 면을 보여야 하는 캐릭터였는데 어색해서 혼났다고 한다.

'화양연화'를 찍을 때 캐릭터 몰입을 위해 극중 의상을 평소에도 입고 다녔다는 장만옥에게 감탄을 표하면서도 "저는 거기까진 좀 힘들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이힐을 신으면 걸음에 신경쓰느라 연기가 흐트러질 정도라나. "연기자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모든 연기를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그건 포기! 팜므파탈 포기!"

◇ 신앙생활 시작한 후 결혼에 대한 생각 달라져

최강희는 올해로 만 40세가 됐다. 아직 혼자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듣는다. 그는 "결혼 계획 있냐? 있다. 대상은 있냐?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정말 중요한 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결혼에 대해서 꿈꿔본 적이 없다. 결혼에 대해 좋거나 희망적인 게 아니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연애도 시작하긴 했지만 별로 하고 싶진 않았다. 나중에는 재밌지가 않았다. 그러다 제가 교회 다니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새벽예배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면서, 정말 좋은 건강한 가정들을 많이 보게 됐다. (드라마 하면서) 상우 씨랑 다른 분들이 다 너무 행복하게 사시는 거다. 실제로 어떤 본보기가 되는 커플도 많아졌고. 가족 얘기를 많이 들어서 이제는 켜져 있는 불빛, 따뜻함, 아기 냄새 그런 것들이 그려진다. 상우 씨가 참 공이 컸죠. 매일 아침에 오면 핸드폰으로 아이들을 보여줬다. 현숙 씨도 너무 잘 살고. 예전에는 싱글라이프가 더 멋져 보였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사진=KBS 제공)

 

최강희는 마지막으로 'DJ 최강희'를 기다렸던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그는 '볼륨을 높여요', '야간비행' 등을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라디오를 너무 좋아한다. (라디오할 때 작품도) '겸해서 하겠다'고 하지만 자꾸만 작품 선택을 잘 안 하게 되더라. 그래서 라디오를 놓았다. 라디오 때문에 생방송 4일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약속을 드라마 시작 때 하고 가는데도 막상 잘 안 되니까 그게 너무 속상하더라. 지금은 관뒀지만, '볼륨' 시켜주셨던 PD님께 종종 연락드린다. '제가 언제고 대타하겠다'고. 'DJ들이 장기 휴가를 가신다거나 할 때 언제든 이용하시라'고. 그게 곧 사용될 것 같다. 참, '추리의 여왕' 김진우 감독님도 볼'륨을 높여요' 청취자셨대요. 위로가 됐고, 좋은 시간 보냈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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