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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현대정치 70년사 '하프와 공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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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와 공작새'의 저자는 하프와 공작새라는 두 상징을 제시함으로써 낯설고 방대한 미얀마 현대사를 한층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싸웅이라 불리는 하프는 여흥을 즐기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낙천적인 성격을 말한다. 또한 싸웅에는 미얀마 사람들의 유구한 역사적 전통과 미적 성취가 깃들여 있다. 공작새는, 미얀마 사람들이 스스로를 태양의 자식이라고 부르듯이 태양을 상징한다. 공작새는 식민지 시기 이래로 민족주의와 국내외적 투쟁을 의미한다. 아웅산수찌에게 공작새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군부에 저항하는 투쟁의 상징이었다.

하프가 미얀마적인 독창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자발적 이탈과 거의 강제적으로 진행된 국민의 자긍심의 고양, 그리고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국가적 우수성을 암시한다면, 공작새는 좀더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암시한다. 미얀마만의 특수한 상황과 국제 사회의 보편적인 이념, 군부에 대한 저항과 국민 대통합, 서구식 근대화와 세계적 흐름에의 참여 등이 공작새라는 상징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들어간다.

이렇듯 민족 역사와 독창성을 상징하는 하프와 불굴의 의지와 민족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공작새는 미얀마의 특수한 상황과 세계사의 보편적인 흐름 사이의 긴장 관계를 잘 드러낸다. 저자는,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 문화를 “국화”와 “칼”이라는 상징으로 사유한 것처럼 하프와 공작새라는 상징으로 사유함으로써 미얀마 현대정치사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드러내는 데에 성공한다.

이 책은 미얀마의 군부가 파벌주의와 종교적 상징주의라는 전통주의적 또는 전근대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장비와 군사교리의 현대화를 통해 가장 근대적인 집단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군부의 발전과 변화 양상을 추적하여 “군부의 직업주의”라는 이론적 토대를 발견하고, 국가 권력의 1인 독식 체제와 군부 중심의 국가 건설이라는 군부의 특징을 서술한다. 또한 정치와 종교의 합치를 향유한 왕조시대로의 복귀라는 버마식 사회주의, 불교와 결합한 여러 초자연적인 비술의 정치개입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자발적 이탈을 주도하고 신비한 신앙을 내세운 정체불명의 이데올로기를 이용한 군부의 정치행태를 소개한다. 미얀마 현대정치 과정에서 권력과 부를 독점한 군부를 제외한 다른 시민사회세력이 뿌리를 내리고 발전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된 과정을 충실히 서술한다.

또한 2016년 3월 이후 들어선 민간정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다룬 것 또한 이 책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이른바 미얀마적인 것과의 결별, 그리고 세계적 맥락에의 동참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려는 민간정부에게 발견되는 군사문화와 권위주의, 군부에의 굴복, 정치적 불관용과 불신, 인재 부족과 같은 난관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과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분석한다.

장준영 지음 | 눌민 | 428쪽 | 2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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