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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지정학적 틀로 본 2천년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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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세계사: 고대 제국에서 G2 시대까지'

 

'실크로드 세계사'는 실크로드라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2천년 세계사를 조망한다. 고대 페르시아와 로마에서부터 G2 시대 중국의 ‘일대일로’라는 신실크로드 전략까지.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교류와 흥망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서구 중심이 아닌, 동방에 촛점을 맞춘 세계사를 펼쳐 보인다. 중세 콘스탄티노플이나 예루살렘, 바그다드, 카이로에 살던 사람들은 십자군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동방의 대제국들, 이를테면 몽골 제국의 시각의 유럽 정복사는 어떻게 전개될까? 20세기에 치러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쪽에서 보면 어떤 모습이 될까? 즉, ‘우리가 초점을 동쪽으로 옮겨 실크로드를 가로질러 다녔던 사람들에게 합당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역사는 어떤 모습이 될까? 이 책은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동양과 서양이 무역과 정복을 통해 서로 처음 만나고, 사상과 종교와 문화의 확산을 가져온 길, 실크로드. 제국의 부상과 몰락, 불교의 확산과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출현,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 고대 그리스·로마 및 유럽이 아닌 동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각도로 세계사에 접근하는 이 책은 문화·정치·종교·경제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역사의 태피스트리(실로 짠 그림)이다.

근현대에 실크로드 지역의 핵심 이슈는 넘쳐나는 자원이었다.현재는 끝없이 이어지고 확장된 송유관과 가스관을 통해 쉼없이 중국, 유럽, 인도 같은 ‘고객’들의 에너지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또한 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로 계획이 마련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대륙과 해상에 새로운 실크로드를 재건하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유라시아 국가들을 연결하고 협동하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둔 이 구상은 육지 기반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계획(一帶)과 해상 기반의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계획(一路)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크로드는 과거에 박제된 영광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중추이며, 기존의 특정 지역만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연결망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책 속으로

유럽과 아시아가 충돌하면서 생긴 문화 교류의 맥동은 엄청난 것이었다. 간다라 분지와 서부 인도에서 불상은 아폴론 숭배가 확립된 뒤에야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교도들은 새로운 종교 습속의 성공에 위협을 느끼고 자기네의 시각적인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처음 불상이 나타난 시기뿐만 아니라 그 외양과 디자인에서도 연관성이 있다. 그들은 아폴론 상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고, 이는 명백히 그리스의 영향이 미친 효과였다. 그때까지 불교도들은 시각적인 표현을 적극적으로 삼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경쟁이 벌어지면서 그들은 반응하고 빌려오고 혁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1장 32쪽)

몽골의 정복이 유럽에 미친 영향은 교역이나 전쟁, 문화나 통화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를 연결하는 대동맥을 따라 흐른 흉포한 전사나 상품과 귀금속, 사상과 패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실제로 혈류 속으로 들어온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 훨씬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바로 질병이었다. 페스트가 발생하여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휩쓸면서 수백만 명이 몰살당할 위험에 처했다. 몽골인들은 세계를 파괴하지 않았지만, 페스트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유라시아 스텝 지대는 수천 년 동안 가축과 유목민들의 근거지였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는 페스트의 웅덩이였다. (10장 314쪽)

첫 번째 유전과 샤트알아랍 강의 아바단 섬을 잇는 파이프라인이 곧 건설되었다. 아바단은 정제 및 수출 중심지가 들어설 곳으로 선택되었다. 그 파이프라인이 페르시아에서 나는 석유를 페르시아만으로 실어 나르고, 그곳에서 배에 실어 유럽으로 수송한 뒤 팔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유럽의 에너지 수요는 급증하고 있었다. 이 파이프라인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아시아를 이리저리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망의 첫 번째 줄기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옛 실크로드에 새로운 형태와 새로운 생명을 부여했다. (17장 546쪽)

피터 프랭코판 지음 |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1024쪽 | 5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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