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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당신의 전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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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캠퍼스에 전도 거부 의사 밝히는 '전도거부카드' 등장

'프리싱커스'의 전도거부카드 시안. (사진 = 프리싱커스 제공)

 


‘No, Thanks. 저에겐 당신의 전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최근 대학가에 등장을 예고한 ‘전도거부카드’에 적힌 문구다. ‘전도거부카드’는 전도를 하기 위해 다가오는 이에게 카드를 내밀어 거부의사를 밝히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 전국 14개 대학 학생들이 연합체로 활동하는 자유사상동아리 ‘프리싱커스(Freethinkers)’가 제작해 이달 말 각 대학 캠퍼스에 배포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등장이다.

프리싱커스 오용재 서울대지부장은 “캠퍼스 내에서 전도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거절해도 계속 따라와서 시간을 뺏는다거나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며, “그런 분들에게 예의 바른 방식으로 전도거부카드를 제시함으로서 거절을 할 수 있게 하면, 전도 당할까봐 걱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활기찬 캠퍼스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카드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공격적이고 무분별한 포교활동을 벌이는 이들에게 거절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 불필요한 대화와 시간 소모를 피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도거부카드의 등장에 서울대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서어서문학과 권효진 학생은 “학교 내에서 워낙 포교활동이 활발하고 학생들을 계속 방해하다보니, 오히려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나 생각해서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국악과 김하진 학생은 “전도거부카드가 있는 줄 몰랐는데, 받아도 별로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며, “전도하는 사람을 그렇게 거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받아도 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도와 전도거부카드를 모두 반대하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대학교 인문학부 조승현 학생은 “전도를 거부하는 카드를 나눠주는 것도 전도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적인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선교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귀찮고, 그런 사람을 퇴치하려고 받는 카드도 별로 탐탁지 않기 때문에 둘 다 별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선교단체들은 카드 제작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실효성은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서울지구 최수찬 간사는 “이단들의 조금 집요한 전도활동들이 학생들에게 많은 거부감을 불러 일으켜 전도거부카드까지 만들게 한 것 같다”며, “학생들이 그런 일들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학내에서 크게 실효성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큰 흐름 상 이미 전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학생들은 많다”며, “오래 전부터 전도거부카드가 있든지 없든지 선교단체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도의 방법들을 계속 변화시켜 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방향들을 함께 모색해 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대 안의 선교단체와 기독동아리들도 다양한 섬김과 관계를 통한 접근으로 선교 방식을 전환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기독인 연합체 ‘서기연’에서 활동하는 이선혜 학생은 “작은 일에서부터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있다”며, “청소노동자분들을 저희 학교 내의 소속된 일원으로 인정하기 위해 인사를 하는 캠페인이나 분리수거를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학교 축제가 끝난 후에 함께 모여 청소를 하거나 새내기배움터에서 도움을 주는 등의 봉사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기연에서 인사캠페인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배포한 간식과 배지.

 


또,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러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복음을 전하는 것에 조금의 도움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의 일상 영역 침해를 불편해하는 청년들이 일방적인 수용을 강요하는 길거리 포교 활동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대학 내 선교 활동에 대한 기독교계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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