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상봉이 새로 낸 책 '네가 나라다'는 "이게 나라냐"에 대한 물음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지금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충격이 강한 만큼, 이들 세대를 위한 정치철학서이기도 하다.
책 제목 "네가 나라다"는 "이게 나라냐"에 대한 동문서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국가가 우리를 호명하고 지배하는 주체가 아니라 너와 나, 우리 자신이 국가를 이루는 주체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국가는 기성품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그 어떤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주체적, 능동적 사유와 행위를 통해 같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말한다. "그것은 3인칭의 대상이 아니라 1인칭의 주체이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저자는 이제 국가가 무엇이냐고 묻지 말고,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물으라고 한다. 이를 통해, 즉 대상으로서의 국가에서 주체로서의 자기에게로 물음의 방향을 돌릴 때 비로소 우리에게 새로운 나라로 통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이제 단순히 국가란 무엇이고 국가의 정의가 무엇이냐 같은 교과서적인 물음이 아니라 정치적 주체로서 나는 누구인지,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물을 때가 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각한 능동적 주체로서의 자기가 섰을 때라야만 우리는 올바른 국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며, 특별히 낡은 정신에 구속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서 새 역사를 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타율적 강제에 의하지 않은 능동적 주체로서의 국가를 말한다. 그런데 그러한 능동적 주체로서의 국가는 결국 그런 국가를 구성하는 능동적인 개인으로서의 주체가 있어야 가능하다. 스스로 주체이기를 포기한 인간은 자율적인 판단능력과 행위능력을 잃어버리고 오직 외부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서만 행위하는 타율적 인간으로 전락하기 마련인데, 국가 역시 그런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라면 반드시 타율성이 보편적이고도 전면적인 상황에 이르기 마련이다. 그 가장 적나라한 모습을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뼈저리게 실감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 이 사건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보편적인 타율성과 그에 따른 무책임성이 낳은 참사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월호가 치명적으로 정상적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배 안에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며 또 그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도 없었고, 배 밖의 상황 역시 그 누구도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명령하고 지시를 내린 사람이 없었다.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서 누구도 책임을 지고 지시하거나 명령을 내린 사람이 없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개인과, 개인을 넘어선 국가의 엄혹한 현실이다. 이 사태 속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이게 나라냐"라고 물었던 것이다.
이번 책에서는 '대담'의 형식을 갖추되 가상 대담으로 이야기 전개 방식을 꾸렸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제1부는 40대 이상을 대화 상대로 설정하고 쓰면서 지금껏 우리가 역사적으로 경험해온 '국가'의 양상을 총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했으며, 제2부와 제3부에서는 20∼30대를 대화의 상대자로 삼아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형성해야 할 국가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물으며 답하고 있다.
김상봉 지음 | 길 | 306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