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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때 만들어진 '무수한' 보고서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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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운영에 참고용"…"촛불 10대 과제 낯선 표현"

 

신정부 성공을 위한 제언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국민의나라위원회에서 대선전에 만든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 운영 방향'(이하 국정운영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신정부의 국정환경과 국정 운영방향에 대한 제안을 하기 위해서 만들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가 이 보고서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키면서 새정부 초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전체 30쪽 가운데 두 페이지에 걸쳐 있지만 실제 내용은 반 페이지도 안되는 '즉시 시행 가능한 개혁 과제의 선제적 시행' 부분이다.

 

'국정운영방향'은 이 대목에서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개혁과제 중 즉시 시행 가능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과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실행 발표함으로써 시민사회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강화"라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서 ▷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 ▷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 ▷ 세월호 선체 조사위 인력 재정 추가 지원 ▷ 4대강 복원 대책기구 구성 지시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재수사 지시 등을 즉각 실행 과제로 제시했다.

또 ▷ 최저임금 공약준수 의지 천명과 근로감독 강화 시행 지시 ▷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 폐기 ▷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지원 지시 ▷ 박근혜 정부 언론탄압 진상조사 착수 ▷ 국정원 국내정치 개입금지 선언 등도 건의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을 지시했다. 22일에는 4대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하면서 여당이 된 민주당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이날 몇몇 언론도 국정운영방향 보고서를 토대로 '전교조 합법화 등 10대 촛불 과제 적시', '문재인 정부, 전교조 합법화에 나섰다' 등의 보도를 함으로써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이 강하게 반발할 움직임까지 보였다.

그러나 전교조 재합법화 등 일부 사안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간단히 처리할 문제가 아니고 상당히 복잡한 정치권 논의와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할 과제에 속할 수 있어 섣불리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정원 국내정치 개입금지 선언'이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 폐기', '박근혜 정부 언론탄압 진상조사 착수' 등은 전정부에서 시행된 것을 되돌리는 것이고, 해당 정책으로 수혜를 본 상대가 있는 것들이어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처리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안이한 인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촛불개혁 10대 과제라는 말은 낯선 표현"이라면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러 개인과 그룹들이 집권 이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준비했던 여러 보고서가 있었다"면서 '국정운영방향' 보고서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러 보고서가 새정부 운영에 참고되는 것은 맞지만 정부 운영이 시작된 이후에는 정부로서의 판단 기준으로 진행되는 것이지 어떤 제안에 입각해서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전교조 합법화 추진과 관련해서는 "어떤 보고서에 포함된 개혁과제인 것 같다"면서도 "현 정부는 한번도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출범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박광온 의원도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받은 보고서는 여러개 있다"며 "(한 개의 보고서가) 마치 전부인 것처럼 생각(보도)하면 실패한다"고 취재진에 주의를 촉구했다.

결국 '촛불개혁 10대 과제'는 하나의 제안에 불과하고 이 제안에 의해 청와대와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전교조 합법화 추진' 등은 가짜뉴스가 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정·청 어느 한 곳에서 만든 아이디어 단계의 보고서나 제안서가 유출돼 마치 문재인 정부의 확정된 정책인 것처럼 알려지거나 보도될 경우 국정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때도 확정되지 않은 당정협의 자료가 마치 최종안인 것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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