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핵심 외교안보 라인 인선을 마쳤다.
기존 관례와 달리 비(非) 외무고시, 비 북미국 출신이 중용됨에 따라 청와대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사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엿보인다. 장기적으로 '외교부 개혁'까지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석현·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등 중량급 인사를 임명한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게 한다.
일단 주무부처인 외교장관 면면을 볼 때 강경화 후보자는 국내보다 국제기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외교 전문가다.
우리 외교부의 '주력'인 한미동맹이나 북핵문제보다는 국제인권이나 다자외교 측면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현재 미국, 중국 등과의 양자관계 못지 않게 유엔 등을 중심으로 한 다자외교도 중요도가 커지는 사정도 있지만, 청와대가 관련 현안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이해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정인, 홍석현 특보 인사를 통해 '특보'란 자리에 무게감을 실었다. (장관 내정자 등이) 아무래도 한반도 안보, 한미 동맹 전문가는 아니어서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장관, 특보 내정자들이)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사를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강 후보자는 우리 외교부 지평을 한 원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청와대와 외교부가 어떻게 협의해 나가느냐에 따라 각종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보실장직에 군 출신을 배제하고 외교 전문가를 내정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보다 유연하게 끌고 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큰 기조는 남북대화와 통일을 위한 점진적 노력으로 보인다. 그래서 군 출신보다는 외교와 안보, 통일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고심하다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내내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만큼 이번 인사에서부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남북관계에 있어 기본적으로 대화와 교류에 무게를 실어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해왔고, 문정인 교수는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해온 전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붕괴시키려 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는 다르게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에 이끌어내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매우 적극적인 외교활동과 남북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전통적으로 외교장관은 외시 출신에 북미국을 거친 이른바 '북미라인'을 중용해왔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외교부 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강 후보자는 여성에 비 외시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 등이 득세해온 외교부 문화에선 '주류'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김현욱 교수는 "외교부 내에서 다양한 인재가 등용될 라인이 상당히 좁다는 의견이 제시돼 왔는데, (강 후보자 내정으로) 외교부 내 인재 등용의 폭을 넓히고 외시 출신 사이에서도 실력에 기반한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