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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 "은호원, 제 끼를 다 펼칠 수 있었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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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자체발광 오피스' 은호원 역 배우 고아성 ①

지난 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주인공 은호원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 (사진=이한형 기자)

 

지난 4일 종영한 MBC '자체발광 오피스'는 길어야 6개월밖에 살 수 없는 '시한부'라는 것을 알고, 101번째로 도전한 마지막 회사에서 '할 말 다하는' 계약직 사원 은호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영화 '설국열차', '오피스' 등 다소 무게감 있는 작품에 출연해 왔던 고아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층 더 밝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은호원은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 모습부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 작아져 괴로워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면을 지닌 캐릭터였다. 그래서일까. 고아성은 은호원을 "제 끼를 다 펼칠 수 있었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고아성의 '자체발광 오피스'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아직 드라마가 끝난 지 2주도 되지 않았는데, 현장 특유의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가 그립다며 "너무 연기하고 싶어 죽겠"다는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종영 소감 부탁한다.

저는 그동안 했던 작품들에 다 정이 많이 들었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각별했던 것 같다. 촬영도 굉장히 힘들었고 현장에 있던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스태프 분들하고 정이 많이 들었다. 보고 싶다.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도 아니고, 세간의 관심을 받는 드라마가 아닌데도 애정을 갖고 봐 주신 시청자 분들께도 각별히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 현장 분위기가 무척 좋았나 보다.

감독님(정지인)과 작가님(정회현)이 처음부터 추구하셨던 이야기의 최종적인 메시지를 끝까지 쫓아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현장 분위기는 시청률에 의해서도 좌우되지만, 감독님이 어떻느냐에 따라 가장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 분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너무 행복한 촬영현장이었다.

▶ '자체발광 오피스'라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은호원'이라는 본인 배역 때문이라면 어떤 점이 가장 맘에 들었는지.

은호원은 미숙하지만 당당한 20대 여성상이어서 되게 마음에 들었다. 여주인공이 좀 멋있으면서 똑똑할 수도 있겠지만 은호원처럼 귀여운 실수투성이 같은 캐릭터가 새롭게 다가왔다. 처음에 시놉시스에서 인물 소개가 나오는데 인물들이 다 너무 재밌었다.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었다. 이 배우들끼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 하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배우 고아성 (사진=이한형 기자)

 

▶ 드라마 초반부에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하면서도 스펙을 못 쌓았다는 이유로 회사의 갑질에 취약한 취업준비생의 현실이 잘 나타났다.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이었나.

일단, 제가 그동안 맡았던 역할이나 작품들이 약간 진중하거나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 '자체발광 오피스'도 그렇고.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애정이 가는 것 같고요. 현실 반영한 작품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이 작품) 또한 현실을 반영하는 문제를 담고 있지만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나가지 않나. 그런 점이 되게 재미있었다.

▶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는 '시한부'라는 설정 때문에 할 말 다 하는 캐릭터가 되고 여러 가지 소동이 벌어졌다. 시원한 경우도 있었지만 너무 마이웨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호원이를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그런 발언이 '사이다'와 '공경'의 경계에 있다는 거였다. 상사들에게도 할 말을 하니까,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자칫하면 누구의 지지도 못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감독님한테 많이 고백했고, 관련해서 조언을 받았다.

▶평소 성격도 은호원처럼 솔직하게 말하는 성격인가. 일하던 도중 부당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는 편인가.

저는 잘 말을 못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은호원을 보고) 대리만족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 너무 좋았다.

배우 고아성 (사진=이한형 기자)

 

▶ 취준생과 직장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공감도 높은 대사가 많았다. 너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너무너무 많다. 호원이가 시한부인 걸 인지하고 있지만 병원에 가서 치료받지 않거나 살 날이 얼마 남았는지 가늠해보지 않지 않나. 그때 서우진 부장에게 "저는 살면서 지금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 남들이 꿈이 뭐냐고 하면 8년 동안 취직하는 거였다고 한다. 이제 겨우 퇴근하는 맛도 알겠고 점심 뭐 먹을지 고민하는 재미도 알겠고 소중한 동료들도 만나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는데 제발 이 행복을 깨지 말아 달라"고 한다. 그런 대사는 세월이 많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또, 엄마(임예진 분)한테 맘에 없는 말했을 때나 서현(김동욱 분)과 속내를 털어놓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 서현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내가 나쁘다는 걸 알게 되어도 미워하지 말라"고 했을 때 그 대사와 동욱오빠 연기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 본인도 앞서 말했지만 은호원뿐 아니라 '하우라인' 직원들을 비롯해 극중인물들의 캐릭터가 하나하나 살아있었다. 본인 배역을 제외하고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지.

제가 연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신입사원으로 나왔던 재민이! 그 캐릭터를 더 보고 싶어서 끝날 때 되게 아쉬웠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김희찬이 맡은 오재민 역은 극중 높은 스펙으로 하우라인 정규직에 입사하는 인물이다. 계약직과 정규직 신입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부서 방침에 앙심을 품고 고의로 문서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제 발로 회사를 떠난다)

▶ 드물게 작가, PD가 모두 여성이고 주인공도 여성에 사무실 구성원도 여성이 적지 않았다. 쉽게 만나보기 힘든 현장이었을 텐데 혹시 다른 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은호원처럼 살면서 이렇게까지 제 끼를 다 펼칠 수 있는 하나의 무대, 하나의 역할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간 안해봤던, 정말 천진난만하게 까불기도 하고 춤도 추는 반면, 누구보다 서럽게 울기도 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액션도 정말 많이 했고 수중촬영도 했고 펜싱도 하고. 감독님이 여자분이어서 특별히 다른 차이점은 못 느꼈고, 하나 기억에 남는 건 화장실에서 같이 양치질을 할 수 있다는 것? 극중에서 조석경 과장님(장신영 분), 하지나 대리님(한선화 분)의 우정 이런 부분도 너무 좋았다. (여러 여성 캐릭터가 잘 살아난 데는) 정지인 감독님 덕이었던 것 같다.

(노컷 인터뷰 ② 고아성의 고백 "드라마의 매력을 너무 알아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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