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희
가수 정훈희(57)의 목소리는 세월을 비껴나갔다. 1967년 단독 음반 ''''안개''''로 데뷔한 그 때나 데뷔 40주년 기념 음반을 낸 2008년이나 여전히 맑고 청아하다. 한국의 다이애나 로스로 불리며 개성 넘치는 목소리로 사랑을 받은 정훈희의 새 앨범은 그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선물이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내 생활에 빠져 살다보니 30년만에 앨범을 내게 됐네요. 80년대 중반부터 아이들 스타 위주로 가요 시장이 흘러가다보니 설 자리가 마땅히 없었어요. 또 전 중견 가수임에도 트로트 가수가 아닌 팝발라드 가수이기 때문에 그랬는지 제 앨범까지는 발매가 안되더라고요.''''
가수 김태화와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고, ''''정훈희 찬송가'''' ''''이봉조 추모 앨범'''' ''''J패밀리'''' 등 프로젝트 음반을 내고, 대한가수협회 부회장을 맡아 선후배동료 가수들을 위해 봉사하다보니 어느새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그러나 정훈희의 노래는 그가 활동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꾸준히 생명력을 가졌다. 이봉조 작곡가가 만든 ''꽃밭에서''는 후배 가수 조관우가 리메이크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젊은 사람들은 ''꽃밭에서''를 조관우의 노래인 줄 알아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조관우 덕분에 제 노래가 더 많이 알려지고 생명력을 갖게 됐으니까요. 할머니와 손녀가 두루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서 기분이 좋아요. 조관우에게더 ''니 덕에 먹고 산다''고 고맙다고 했어요.(웃음)"
정훈희는 지난해 젊은 가수들의 독무대인 공중파 순위 음악 프로그램에 조카인 가수 제이와 함께 출연해 ''꽃밭에서''를 불러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김현철, 김태원, 인순이, 45rpm, 윤명선 등 유명 뮤지션 대거 참여
오랜만에 나온 만큼 새 음반에는 공이 많이 들어가 있다. 프로듀서 김신일, 부활의 김태원,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심현보, 작곡가 윤명선 등이 참여했다. 또 인순이, 버블 시스터즈 등 실력파 가수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정훈희의 ''''그 사람 바보야''''를 ''''살짜쿵''''이라는 노래로 리메이크한 힙합그룹 45rpm은 원곡인 ''''그 사람 바보야''''를 정훈희와 함께 불러 앨범에 수록했다.
2번 트랙 ''''Love is''''는 아들 대한 씨가 ''''에릭''''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피처링해 눈길을 모은다.
''''우리는 음악가족이에요.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음반을 냈고 남편은 록 1세대인 김태화죠. 그룹 히식스 보컬 정희택은 제 네 살 터울 오라버니입니다. 조카는 가수 제이이고요. 그만큼 음악에 대해선 냉정해요. 내 자식이라도 음악을 못하면 가차 없죠. 큰 아들은 팝발라드에 관심을 보이고 둘째 민국이는 록 음악에 심취해 있어요. 능력이 되면 가수의 길을 가겠죠.''''
타이틀곡은 새의 지저귐을 의성어로 표현한 ''''삐삐코로랄라''''다. ''''어머나''''를 작곡한 윤명선의 노래다. 밝고 명랑한 노래가 정훈희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은근한 중독성을 안긴다. 힘든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만든 노래다.
정훊
"음반 안 사니 노래 잘 하는 가수 설 무대 없어"
''''팬들에게는 새 음악을 못 들려드린 게 죄송하기도 했죠. 그런데 음반이 나와도 사 주시질 않잖아요. 제 데뷔 앨범이 40만장 나갔어요, 그런데 지금 40만장이면 엄청나죠. 음반이 안 나가니 가수들이 요상한 일을 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노래 잘 하는 가수가 다 죽어요.''''
가수협회 부회장답게 한국 가요계에 대해 걱정이 많은 정훈희다. 음반 판매가 저조해지고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 없어져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설 자리를 잃는 것도 모두 자신의 일처럼 걱정이 된다. 해외에서 국위 선양을 하고 있는 문화 예술인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없는 것도 답답하기만 하다는 그다.
''''가수들은 국민들에게 노래로 기쁨을 주죠. 외국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있고요. 비와 보아, 슈퍼주니어 같이 외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가수들을 보면 기특하고 귀여워요. 한국 가수들은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해요.''''
정훈희는 가수협회 부회장의 위치에서 가수들을 위해 노력하는 틈틈이 자신의 음반 활동도 할 계획이다. 오랜만에 음반을 낸 만큼 의욕이 앞선다. 30일에는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나고 방송과 콘서트, 디너쇼 등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데뷔 40년을 맞은 디바의 발걸음은 이제 막 팬들과 만난 신예 여가수처럼 바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