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면서 재협상에 한층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협상에 대한 굳은 의지를 천명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재협상 움직임이 가속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발 여론을 직접 전달했다. 그는 이 통화에서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한다"며 재협상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일본의 법적 책임과 그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가 담기지 않은 합의는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재협상을 공언한 바 있다.
일본 측은 이 전화통화 내용이 알려지자마자 난색을 표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일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정한 국가 간의 약속으로, 합의에 근거해 일본 정부는 한국의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했다"며 "정권교체는 재협상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렇듯 새 정부와 일본 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직접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적절하지 않다는 권고 의견을 낸 것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6년만에 낸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양국 간 이뤄진 합의를 환영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서는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보고서 내용은 합의에 대해 강제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 기구의 공식 평가란 점에서 일정 부분 구속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앞서 일본 정부의 진실한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적은 있지만 양국 합의 이후 합의 관련 내용을 보고서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측은 이미 10억원을 출연해 배상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위원회는 금전적인 보상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단언하면서 "반드시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은 보상했다고 주장했지만 보상도 충분치 않고 대부분 민간 부문에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 이후에도 사과는커녕 일본 정치인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지칭하는 등 오히려 인격적 모독이 지속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원회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일본 측은 당시 이같은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또 피해자 중 일부가 여전히 생존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피해자가 배제됐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뒷받침하는 국제기구 차원의 주장이 나온만큼 정부가 재협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사과'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지는 보고서에서 언급되지 않은만큼 일본은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