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선화 (사진=화이브라더스 제공)
걸그룹으로 7년이나 활동을 했기 때문에 아직도 한선화에게는 '시크릿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곤 한다. 본격적으로 연기활동에 몰두하기 위해 지난해 시크릿을 떠난 그는, 혹시 가수 활동에 미련이 없느냐는 질문에 "저는 현재만 보는 성격이라 지금은 현재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배우라는 새로운 현재에 적응하고 있는 한선화를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예상보다 더 길어졌던 공백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지치는 와중에도 그를 다시 일으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노컷 인터뷰 ① 한선화 "기회 기다려본 적 있는 사람으로서 은호원에 공감")◇ 연기의 '맛' 알았는데 갑자기 찾아온 공백기… "그냥 버텼다"한선화는 2013년 KBS2 월화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 이소란 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가수 활동만으로도 버거운 일정이었기에 미리 연기를 위한 준비를 할 수는 없었다. 첫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연기 레슨을 받았다. 연습생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에게 무작정 찾아가 한 번만 봐 주시면 안 되느냐고 부탁했다.
한선화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제가 가진 여러가지 모습을 보시고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 그래서 하게 된 게 '광고천재 이태백'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SBS '신의 선물'(2014), tvN '연애 말고 결혼'(2014), MBC '장미빛 연인들'(2015) 등 미니시리즈와 주말극까지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해 왔다.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맡았던 캐릭터에 애착이 가지만, 그래도 굳이 꼽자면 '신의 선물'의 제니 역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제니는 사기전과 5범으로 세상 그 누구라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배우 지망생이 되는 인물이다.
한선화는 "'신의 선물' 제니가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줬던 것 같다. '광고천재 이태백'으로 데뷔하긴 했는데 그땐 단순히 대본만 봤다면 제니 때는 여러 가지로 해석도 해 보고 대사도 다양한 느낌으로 해 봤다. 이런 부분을 발견하니 재밌더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선화는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의 백장미 역을 마지막으로 2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뜻밖에 찾아온 짧지 않은 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냈을까.
"어떤 걸 한 건 없다, 사실. 뭐라도 해 봐야지 생각은 했지만 쉽게 재미를 못 붙이겠더라. 그게 후회는 된다. 뭔가 배워놓을걸 해서. 뭘 배우려다가도 재미가 없어서 그만두기도 했다. 그 당시에 마음이 그래서 그냥 버텼던 것 같다.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랐다. 그리고 제가 이 일을 진짜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 또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길었는데. 직업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 스케줄도 없고 취준생처럼 돌아갔다. 어쨌든 저는 빨리 일을 하고 싶어서 기다렸다. '내일을 어떻게 보내볼까' 그게 제일 고민이었던 것 같다."
◇ "작품 크기, 역할 크기는 상관 없어… 항상 자세는 똑같다"
위쪽부터 SBS '신의 선물', tvN '연애 말고 결혼', MBC '장미빛 연인들', MBC '빙구'에 출연한 한선화의 모습 (사진=각 드라마 캡처)
이제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는 경우가 흔해져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말이 새삼스럽긴 하지만, '아이돌 출신 배우'는 여전히 보통의 배우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 일쑤다.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훨씬 높은 관심을 받는다. 적지 않은 아이돌이 '연기력 논란'을 피하지 못한 가운데, 한선화는 '발연기'라는 비판 없이 비교적 호평 속에 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궁금했다. 비슷한 처지에서 연기를 시작한 다른 아이돌과 고민을 나누고 있는지. 그러자 한선화는 "없다"고 답했다. 그가 연기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기 선생님이었다.
"제 멘토시다. 제 사정을 제일 많이 아셔서 저도 많이 털어놓고 기댄다. 선생님은 저를 응원해주시지만 냉정한 면이 있어서 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직구로 얘기하신다. 전 그런 점이 좋아서 더 오래 보고 싶어 한다. 아쉬운 거나 못하는 부분은 그때그때 짚고 넘어가야 되는 성격이라서."
아직 작품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고, 예상치 못한 공백기까지 겪은 상황이라 한선화는 더 적극적으로 '연기'에 집중하고 싶어했다.
대본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지 묻는 물음에 그는 "이 역할이 나랑 어울리는지는 보는 것 같다. 읽으면 딱 느낌이 오지 않나"라며 "대본을 보면 그 역할의 이미지가 떠오를 때가 있더라. (떠올린 이미지와) 제가 잘 맞을까 생각을 많이 해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역할이 작든 크든 (캐릭터를) 그대로 잘 표현해내고 싶은 마음이 1순위다. 작품 크기, 역할 크기 상관없이 제가 대본을 보고 준비하는 자세는 항상 똑같은 것 같다"고 밝혔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차기작도 검토 중이다. 영화 쪽도 욕심이 난다고 했다.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고. 그는 "주인공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작품과 역할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다.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한선화를 일으키는 힘, 그동안 잘해왔던 '나'의 과거
(사진=화이브라더스 제공)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수 활동에 대한 미련이 있는지, 예능 출연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을 때도 한선화는 1순위가 '연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가 성격이 단순하다. 그래서 현재만 본다. 지금은 현재밖에 안 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라도 (무대에) 서면 좋죠. 그런 마음은 있는데 일단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능 출연은 "생각을 안 하지도 않"고,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하지만 스스로 아직 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이것부터 하고 나서 예능에 나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쉴 때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운동 다니고 서점에 가고 친구를 만나거나 집에 있는다. 남들이 주말에 하는 걸, 저는 (활동을) 쉴 때 한다"고 답했다. 운동은 혹시나 몸이 굳을까봐 하고 있다. 운동도 충분히 하나의 취미인 것 같은데도, 새 취미를 찾아볼 계획이다. 또, 영화를 찾아보려고도 한다고.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자신의 매력을 펼칠 기회가 생기는 만만치 않은 직업. 그걸 벌써 8년이나 해온 그는 시련이 오더라도 다시 힘을 내게 만드는 원동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일이 없으면 현장에 접근조차 못 한다. 그러니 갈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 그러면 '나는 누구지?'부터 오만 생각이 다 들기 마련이다. 그럴 땐 제 존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에 제가 나온 드라마와 에능을 보면서 '나 이랬었지' 하는 걸 한번 더 되새긴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져 있을 때, 예전에 어땠는지 되돌아보면 좌절하다가도 힘이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