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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코디 최, "내 똥 싸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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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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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작가 "세계 노동자의 시계는 668개가 각자 다르다"

코디 최가 자신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초청 작가 코디 최의 출품작들은 한마디로 "내 똥 싸자"로 요약된다. 이민자인 최씨는 자신이 미국생활을 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배제된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작품들에 담았다.

코디 최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은 로댕의 조각 작품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모양의 형상이 등장한다. 그 형상 아래는 옆구리에 좌변기 형태의 구멍이 뚫린 사각 나무 받침대가 놓여져 있다. 이 작품의 '생각하는 사람' 형상은 두루마리 화장지들과 분홍색 소화제 3만병을 버무려 만든 것이다. 작가가 이민 갔을 때 차별과 배제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소화불량을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결국 먹은 것들이 소화가 되지 않은 채 똥이 되어 배설되었다. 이것은 몸에서 겪은 현상이지만, 이 작품은 문화적 식민성으로 인해 작가 자신이 겪은 정체성 혼란을 은유한다. 이성이 지배하는 서양 철학, 사상, 문화가 과연 절대적으로 우월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소화되지 않은 것을 먹고 남의 똥을 싸느니, 주체적 정신과 사고로 내 똥을 싸자"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코디 최의 작품 '자화상' 역시 이민자로서, 생긴 게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 백인사회에서 무시받고 인종 차별을 받은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다. 크고 작은 사각 나무통들이 여러 개 쌓여 있는데 이는 각 신체 기관의 에너지가 담겨진 그릇을 은유한다. 작가는 이 에너지가 쌓인 것을 내공이라 하고, 이 내공은 동양적 특징으로 서양의 육체관과 대별시킨다. 서양은 육체를 욕망을 충족시키는 기관으로 보는 반면, 동양은 육체를 통해 기운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코디 최의 이번 출품작들은 권위가 부여된 예술 작품, 강대국의 우월주의, 여성 미인의 기준 등 고정 관념의 바위들을 망치로 두들겨 깨며 전복적 사유를 제시한다. 그의 작품 '컬러 헤이즈'는 커튼이 드리워진 방 안에 빈 유리잔들을 겹겹히 쌓아두고, 안개를 분사하며 신나는 노래를 들려준다. 반전이다. 그가 강조한 대로 이성보다는 감성을, 위장된 진지함 보다는 가벼운 즐거움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작가는 말하다 "우리는 투명한 빈 잔"이라고. 이 말이 켜켜이 쌓인 고정관념의 지층들을 하나 하나 벗겨내 투명한 상태가 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이완 작가(왼쪽)가 시계로 주제를 표현한 <고유시>와 조각 <더 맑은="" 내일을="" 위하여=""> 앞에서 이대형 예술감독과 함께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또 다른 초청 작가 이 완의 작품 '고유시'는 668개의 시계가 방 안 가득히 걸려 있다. 이 작품은 전 세계 노동자 12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그 중 668명을 상징하는 668개의 시계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들 시계는 정지한 듯이- 아주 느리게-느리게 - 보통- 빠르게 - 아주 빠르게- 쏜살같이 각기 다른 속도로 돌아간다. 이들 초침 속도는 한 끼 식사 비용을 버는 데 노동을 해야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각가 다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부정확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정확하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이는 자본주의 현장에서의 개인이 맞딱뜨리고 있는 현실, 나아가 불균형한 세상을 짚어내고 있다. 이 작품방 안에는 30개 언어로 된 노동자들의 인터뷰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한국관 전시를 기획한 이대형 예술감독은 "이들 노동자들은 그들 각자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 더 많은 일을 한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소탈한 마음, 병든 할머니를 걱정하는 더 크고 인간적인 정서가 느껴진다. 인간의 행복이나 미래는 자본에 결코 결박당하지 않는다. 인간을 지탱하는 힘은 자본과 하나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완 작가의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는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쓴 부부가 어린이를 안고 있는 조각상이다. 부인은 왼쪽 팔을 뻗쳐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과거에 근면, 저축을 구호 삼아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던 포스터를 보는 느낌이다. 작가는 그 때의 미래가 오늘의 지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조각상에 등장하는 부부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까지도 얼굴이 텅 비어 있다. 작가는 지금 일그러진, 텅 빈, 꺼져 들어간 이들의 표정에서 오늘의 현실을 본다. 그리고 이 조각상의 받침대는 대리석을 흉내낸 다른 재질이다. 이는 대리석 표면으로 그 안의 콘크리트 치장을 가리듯이, 실제 중요한 가치보다 허례 허식을 중시하는 현실을 풍자한다. '고유시' 작품 앞에 놓인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어린이의 얼굴에 생기를 돌려줘야 한다는 외침으로 들린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외부의 설치된 코디 최(맨 왼쪽) 작가의 네온 작품 <베네치아 랩소디=""> 앞에서 이완 작가(맨 오른쪽), 이대형 예술감독(가운데)이 환하게 웃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외관에 설치된 코디 최 작가의 네온 작품 <베네치아 랩소디="">는 미술제가 카지노 자본주의 최첨단에 서 있는 역설적 현상을 비판한다. 그는 베니스 미술제가 예술의 본질, 예술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어떻게 하면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떠서 높은 가격을 받을까 고민하는 이중성이 혼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라스베거스가 도박과 관광으로 허황된 꿈을 쫓고 있다고 하지만, 베니스 비엔날레 역시 미술제, 건축제, 영화제를 통해 카지노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중에도 바로 옆에서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750억원을 호가하는 소식이 화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로서 예술의 본질 추구냐, 돈을 벌어야 하느냐. 이것은 코디 최의 고민이자, 현재 미술이 처해 있는 근본적인 문제 거리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관 전시를 주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김혜선 비상임위원은 "한국관 전시를 통해 기울어진 세계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치유의 움직임이 주는 예술의 감동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관이 한국 미술의 해외진출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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