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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국 스포츠에 끼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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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가 10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한국 스포츠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측근에 의해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이 측근인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로 한국 스포츠를 찍으면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정유라의 대학 입학과 향후 돈벌이를 위해 공정해야 할 한국 스포츠가 사사롭게 쓰이면서 병폐가 커졌고, 이게 발각되면서 모순과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됐다.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정유라가 몸담았던 승마를 비롯해 최순실 일가가 빨대를 꽂았던 평창동계올림픽 등 한국 스포츠는 쑥대밭이 되다시피했다.

다행히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그 일당들이 줄줄이 수갑으로 엮이면서 한국 스포츠는 아픔을 치유할 계기를 맞았다. 특히 국민의 뜻에 의해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한국 스포츠는 더 발전해나갈 기대에 부풀어 있다.

사실 한국 스포츠는 박근혜 정권이 붕괴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정유라의 승마 입시 비리가 불씨가 돼 정권 전체의 난맥상을 밝힌 계기가 됐다. 그런 만큼 새 정부는 한국 스포츠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두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과연 제 19대 대선에서 뽑힌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스포츠에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문의 공약 "체육계 공정성+자율성"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가 한국 스포츠에 끼친 가장 큰 폐해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씻기 어려운 편견이다. 정유라를 승마 국가대표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어 일류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저지른 온갖 비리로 국민들이 스포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정유라를 체육계 저명인사로 키우려고 한 음모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김종 전 제 2차관을 꽂아 한국 체육을 장악해 정유라와 관련한 승마 비리를 덮었다. 문체부가 내건 '체육계 4대 악 척결'은 정유라의 입시를 위한 눈속임이나 다름없었다.

2013년부터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박 정권의 체육계 비리는 그동안 밝혀질 대로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김 전 차관 등 관련자들도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체육계도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이전 정권의 폐해를 걷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육회는 지난해 체육단체 합동 간담회와 '2016 체육인의 밤' 행사 등을 통해 문체부로부터 체육계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보장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을 빌어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 딸 정유라의 스포츠계 입신양명을 꾀했던 최순실(왼쪽)과 이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 2 차관.(자료사진)

 

새 정권이 자리를 잡으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체육계가 스스로 정화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다만 학원 스포츠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방향 설정은 정부가 잡아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체육 공약도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 조성'과 '체육 단체 자율성 보장'이 골자다. 정유라 사태를 계기로 입시 비리를 뿌리 뽑고 정당한 기회가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학원 스포츠와 정권의 입김에서 독립적으로 체육 단체가 운영될 기반을 닦는다는 내용이다.

체육 특기자 입시 전형과 대학 선수 출전 자격 조항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업을 거의 듣지 않고도 고교와 대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정유라의 파행적 학업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뿌리에서부터 공정성을 확립해 한국 스포츠 전체가 비리 온상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떼어낼 수 있게 만들 계기가 될지 기대감을 모은다.

이미 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는 올해부터 '직전 2개 학기 평균 학점 C 제로 미만 선수들의 경기 출전 금지' 조항을 마련했다. 사학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는 '2021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때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부하는 스포츠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은 특히 내년 2월 개막을 앞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도 떨어졌다. 최순실과 그 조카 장시호 등이 세운 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각종 이권에 개입하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회 개·폐회식 건설 수주나 임시 구조물 사업 입찰에 뛰어들어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이권 편취가 이뤄진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씨 일가가 이권에 개입하려고 한 정황과 각종 의혹만으로도 평창올림픽이 입은 피해는 적지 않았다. 삼성과 SK, 롯데 등 최씨 일가와 연루된 대기업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후원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평창올림픽의 각종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여의치 않았다.

이러면서 평창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도 이와 관련한 걱정을 드러낸 가운데 지난 2월 9일 개막을 꼭 1년 앞둔 '2018 평창동계올림픽 G-1년 언론설명회'에서는 외신 기자들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선거 운동 기간이던 지난달 20일 강원 춘천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37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해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포옹하는 모습. 오른쪽은 최문순 강원도지사.(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평창올림픽은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미 선거 때부터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선거 운동 기간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평창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새 정부의 국정 제 1과제로 선정하고 대회지원위원회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도 유세에서도 "평창올림픽은 강원도는 물론 대한민국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중요하고,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중요한 만큼 올림픽 성공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평창올림픽은 문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맞는 굵직한 국제 스포츠 행사다. 당초 이 대회 개막식은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탄핵되면서 문 대통령이 온전히 개, 폐회식에 국가 수반으로 참석하게 됐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만큼 문 대통령도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단 평창올림픽뿐만 아니라 한국 체육계 전체도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선에 앞서 수영 아시안게임 5관왕 최윤희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을 비롯해 핸드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 '돌주먹' 문성길 전 세계복싱협회(WBA) 챔피언, 농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박찬숙 전 국가대표 감독 등 체육인 2000여 명은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밖에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과 수영 박태환, 테니스 이형택, 배드민턴 김문수 등 각 종목의 대표 스타들도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문 대통령이 경희대 법대 시절 학년 대항 야구 경기 주장을 맡아 우승을 이끈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국 스포츠의 발전에 관심을 가져줄 것으로 체육계는 고대하고 있다.

이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등은 문 대통령이 한국 체육을 위해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과연 제 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앞선 대통령의 실정을 바로잡아 '스포츠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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