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10일 중국 관영언론들은 일제히 문 대통령 취임이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성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 언론들은 일단 문 대통령 취임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한·중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한편 현재 한·중간 가장 민감한 문제인 사드 배치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산적한 국내 정치 현안과 미국과의 관계 설정 등을 제대로 풀지 못할 경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 문재인 당선 확정되자 속보 경쟁, 한·중 관계 긍정적 영향
중국 언론들은 9일 대선투표 개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속보로 소식을 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생중계 중이던 러시아 군사 열병식 방송을 도중에 중단하고 문 당선인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했다.
CCTV는 러시아 군사 열병식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던 중 속보가 들어왔다며 문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확정 소식을 전하고 방송이 끝날 무렵 다시 언급하는 등 한국 대선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밤 11시(현지시각)부터는 문 당선인의 승리 소식을 톱뉴스에 배치하고 문 당선인의 정치역정과 한국 국민들의 차기 대통령에 바라는 희망 인터뷰 등을 집중 보도했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전화로 연결해 문 당선인의 대선 승리 요인과 향후 전망 등을 자세히 분석하기도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결정 이후 한국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앞장서 이끌어온 환구시보(還救時報)도 곧바로 관련 사설을 게재하며 한·중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환구시보는 문 당선인을 ‘개혁가’로 규정하고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정책이 한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인터넷 판인 인민망(人民網)은 문 당선인이 안보와 외교 방면에서 자주국방의 역량을 키우고 6자회담 등 다자회담 형식을 빌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적극 추진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 문 대통령 ‘사드 해법’에 촉각
중국 매체들은 한·중 관계 개선의 시발점으로 하나같이 사드 문제 해결을 지적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중국과 사드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속보로 전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海外網)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한 발언을 속보로 전했으며 신화통신 해외판도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사드 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와 홍콩 봉황망(鳳凰網), 중국 동방망(東方網) 등도 사드 문제와 평양 방문 언급 등을 속보로 전하며, 한중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환구시보는 이에 앞서 사설에서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국 보수주의의 최대 실패이며 한국에 실질적인 안전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문 대통령이 사드 충돌을 완화하는 기회를 가져다 주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사드는 단순한 한·중 관계가 아니라 한·미·중 삼국 관계에 놓여 있으며 미국에 '노(No)'라고 말하자던 문 대통령도 보수세력의 반대에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한·미 관계는 한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한·미 관계 핵심을 흔드는 대가는 문 대통령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객도는 "문 대통령 진영에 중국통이 많은 편이라 박근혜 정부처럼 중국에 뒤통수를 치고 중국을 극단적으로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통이 너무 많으면 상대하기 힘들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은 진지하게 상대할만한 사람이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 문 대통령 국내 산적한 문제 많아 우려도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논평에서 정식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민심회복과 외교·안보, 민생 경제 등 3대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신화통신은 첫 번째 과제로 측근 비리로 인해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을 꼽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인수위 기간 없이 취임하는 특수성 때문에 국가 지도자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통령 측근 비리로 드러난 정경유착 등 고질병을 청산하는 일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번쨰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리모델링'을 꼽으며 "외교·안보 분야는 이전 정부가 문 대통령에게 남긴 골칫거리"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책임·협력·평화·민주' 등 4대 원칙을 제시한 점과 남북관계 개선,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조속한 자주국방 역량 구축 등을 주장했다고 외교·안보 공약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신화통신은 또 물가 상승과 실업률 증가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한국의 민생 경제 회복을 문 대통령이 해결해야할 당면 과제로 지적했다.
특히 "물가 상승률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실업률 역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민생 경제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張璉瑰) 교수는 신경보(新京報)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 과제와 남북관계를 완화할 과제, 한·미 동맹 관계를 처리할 과제를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 교수는 "한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고 새 대통령이 나타나더라도 기적 같은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국민을 위로하는 반면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 소리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