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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깬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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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사진=국립극단 제공)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사진=국립극단 제공)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사랑받는 이유는 아이와 어른 모두가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인데, 유치하지 않다. 이야기는 힘이 있어, 성인 관객도 끝까지 끌고 간다.

한국에서 아동 혹은 청소년용이라는 타이틀은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간혹 그 ‘교육’에 매몰되어 이야기가 죽는 경우도 생긴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재미가 없어, 어른은 물론, 아이나 청소년마저 보기 싫게 된다.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이러한 주객전도 현상을 과감히 부순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각색한 이 연극은, 가장 먼저 재미를 추구하고, 주제 역시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시라노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라는 원작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사랑하는 일에도, 사랑받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는 ‘록산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등장인물 역시 4명(록산느, 시라노, 크리스티앙, 드 기슈)으로 압축하고, 선-악 구도가 아닌 4명이 말하는 사랑 이야기로 바꿨다. 특히 원작에서 전형적인 악당 역할이던 드 기슈는 새롭고 현대적인 인물로 재탄생했다.

4명의 인물은 각자의 사랑방식을 이야기한다. 시라노는 달과 별을 사랑하는 천문학자이자 천재 시인, 그리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검객. 다만 단점이 있다면 못난 외모. 크리스티앙은 조각같은 외모의 소유자지만 입만 열면 분위기 깨는 천박함이 있다.

드 기슈는 명망 있는 가문의 외동아들이자, 젊은 장교. 돈과 배경 모두 갖춘 요즘 말로 하면 ‘엄친아’이지만 허세로 가득하다.

각각의 사랑 방식은 공연을 볼 청소년들이 자기를 투영하기에 충분하다. 물질로 이성을 유혹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외모로 유혹하려 하는가. 혹은 시라노와 같이 이성 앞에는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만 바라보는 건 아닌지.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사진=국립극단 제공)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사진=국립극단 제공)

 

현대적으로 각색된 대사들은 올드한 스토리와 배경의 벽에 대한 경계를 허문다. 물론 시라노의 표현 방식은 지극히 문학적이라 약간의 예스러움과 오글거림이 느껴지지만,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그의 진심을 계속 보고 있으면, 또한 록산느·크리스티앙·드 기슈에게까지 끼친 영향을 보면, 오히려 객석을 나오는 청소년 관객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교훈적이고 교육적이지 않다는 점도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가 가진 절대 미덕이다. 사실 ‘사랑’은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함께한 불변의 고민거리다.

청소년기에 사랑에 대한 감정 때문에 잠 못 이루던 나날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그 사람의 얼굴. 그런데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대학 가서나 마음껏 연애(사랑)하라며 감정을 거세시키려 한다.

그러나 사랑은 특정 나이가 됐다고 해서 혹은 나이가 많고 적다고 해서 고수가 되거나 도사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사랑은 인생에서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과 성찰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연은 17명의 청소년이 제작진과 함께 연극 활동을 하고, 공연팀의 리허설 과정에 참여했으며, 연습장면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변화했다. 성인에게는 익숙하지만 청소년에게는 낯선 장면이나 대사가 청소년들의 관점에 맞게 바뀌었다.

2015년 초연에 출연했던 하윤경, 안창환, 안병찬, 김지훈 배우가 다시 출연한다. 또 정현철 배우가 합류했다. 배우들은 무대를 최대한 활용하며 종횡무진 누벼 극을 지루할 틈이 없게 한다. 게다가 바이올린, 피아노, 타악 연주자들의 라이브 연주는 듣는 즐거움을 더한다. 공연은 2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전석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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