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에게 듣는 시대정신'은 성인들이 오늘 이 땅에 온다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가를 묻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이 책은 예수나 붓다, 그리고 공자가 오늘날까지 존경받는 것은 혼란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제시하고 몸소 그것을 실천했기 때문이며,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난제들도 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나눔과 베풂, 섬김 정신을 되살릴 때 해소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예수가 활동하던 당시 유대사회는 로마제국의 식민통치 아래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유대교는 모든 체제 위에 군림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소외층을 양산한 결과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으며, 예수는 유대교가 만들어낸 온갖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새로운 사회 개혁을 통해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희망을 주었다.
춘추전국시대의 극심한 혼란기를 살아온 공자도 관직을 그만둔 뒤 인(仁)과 덕치주의(德治主義) 실현을 위해 14년 동안 온갖 냉대를 받으면서 천하를 주유했지만 어느 나라도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자 후일을 기약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가르쳤다.
붓다는 무아(無我), 무소유 사상을 설파하고 열반에 이를 때까지 몸소 걸식을 하면서 모든 탐욕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고통받는 중생을 향한 이들의 끝없는 사랑과 삶이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고 저자는 보았다.
그리고 저자는 종교와 정치는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 정치인이나 종교지도자들도 성인들의 삶과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본주의 탄생의 배경 역할을 한 오늘날 기독교는 현대사회의 고질병인 빈부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수가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배만 채우는 부자는 결코 하늘나라 백성이 될 수 없다고 밝힌 것처럼 예수가 강조한 나눔공동체 이상을 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해 기독교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는 붓다가 중생의 고통을 없애고 누구나 차별 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듯이 현대 자본주의 아래서 구조적으로 고착된 중생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이제 우리 사회는 인도사회에서 고통받는 하층민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열반의 순간까지 제자의 아픔을 챙긴 붓다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기득권층으로부터 온갖 박해를 감내하면서 사회 정의와 인륜도덕을 바로 세우고자 했던 성인들의 정신이 되살아날 때 ‘흙수저’, ‘헬조선’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좌절하고 가치관의 부재 현상 등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될 것으로 보았다.
결국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갈등과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는 사랑과 나눔 운동을 통해서만이 실현될 수 있다는 성인들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며, 성인들이 제시한 이러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현대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그들이 꿈꾼 것처럼 정치나 종교가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정의사회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책 속으로
예수는 하늘나라 공동체의 가장 큰 걸림돌을 탐욕으로 보았고, 그 대표적 사례가 물질에 대한 욕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예수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배만 채우는 부자는 결코 하늘나라 백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체제의 가장 약점인 빈부격차는 예수의 정신을 되살릴 때에만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가 강조한 나눔공동체 이상을 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에게 고른 혜택을 주는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흐름이자 사회 정의이기 때문입니다.(20쪽)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최대 현안인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수가 부자 청년에게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마가복음 10:21)고 역설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예수는 어떤 성현들보다도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과 분쟁의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44쪽)
불자들은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즉 위로는 진리를 깨치기 위해 정진하는 동시에 아래로는 고해에서 헤매는 일체중생을 교화하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사회 지도자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릇 지도자들은 인격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위로는 국민을 받들고 누구나 차별 없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에서 늘 반복돼온 갈등과 분쟁은 눈 녹듯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67쪽)
권오문 지음 | 생각하는백성 |304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