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조여정, '완벽한 아내' 결말이 맘에 들었던 이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노컷 인터뷰] '완벽한 아내' 이은희 역 배우 조여정 ①

지난 2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이은희 역을 맡은 배우 조여정 (사진=크다컴퍼니 제공)

 

지난 2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는 돈 없고 사랑 없고 복 없는 심재복(고소영 분)의 성장기를 다루었으나, 정작 매회 화제가 된 등장인물은 따로 있었다. 바로 드라마의 '미스터리'를 담당하는 수상한 주부 이은희였다. 누구보다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남자에 미친듯 집착하고 연적을 괴롭히는가 하면 죄를 엄마에게 뒤집어씌우는 못된 캐릭터다.

조여정은 이상하리만치 친절하고 상냥한 가운데 싸늘한 뒷모습을 숨기고 있는 이은희 역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드라마 초반에는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을 것 같은 신비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일으켰다면, 후반부에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린 캐릭터를 끝까지 힘있게 끌고 가느라 애를 먹었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여정을 만났다. 아마 당분간은 그의 대표 캐릭터에서 빠지지 않을 '이은희'를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그려내려 노력했는지, 조여정은 조곤조곤한 말씨로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은희를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구정희(윤상현 분)에 대한 집착, 소유에 대한 스토리도 많았고 캐릭터도 여러 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표현조차도 뭐랄까, 차분하게 하려고 했다. calm(침착한, 조용한)하게. (이은희 역은) 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은희가 모두에게 살짝 부담스러운 캐릭터이긴 하지만 (처음엔) 호감으로 다가오거든요. 잘해주면서 다가가는 게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았다. 그런 표현이 너무 무겁지 않은 느낌이길 바랐다. 광기가 나오는 부분도 너무 뜨겁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정서를 전달하고자 했다. 나중에는 서늘하게 나오더라.

- 이은희의 표정과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표현하는 데 힘들진 않았나.

눈빛 연기, 표정 연기를 일일이 정하는 건 아니고 어떤 정서로 갈지 정해놓고 연기한다. 하고 나면 저도 기억을 못 한다. (웃음)

- 감정 소모가 몹시 컸을 것 같은데,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빠져나오기가 힘들지 않나.

빠져나오는 건 안 힘든데,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너무 쉽지 않았다. 촬영 내내 (이은희의 정서를) 유지하는 것이. 저희가 손발이 잘 맞는 팀이어서 밤을 한 번도 안 샜다. 사실 미니(시리즈)가 밤 안 새기 어렵지 않나. 잠은 잘 만큼 잤는데, 머릿속에서는 (캐릭터 표현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붙들고 있으니까 힘들었다. 하나 고민하고 나면 또 다음이 고민이고. 스케줄은 너무 이상적인데 머릿속이 전쟁터였다.

조여정이 맡은 이은희는 겉으로는 상냥하고 친절해 보이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 엄청나게 집착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벌여도 눈 하나 까딱 않는 태연한 캐릭터다. (사진=크다컴퍼니 제공)

 

- 제작발표회 당시 이은희 캐릭터를 '이상하리만치 친절한 여자'라고 소개했는데, 이은희 캐릭터가 첫 만남 때와 많이 달라졌나.

(처음 대본에서는) 싸이코라는 얘기를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심재복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다' 이 정도였지 그게 어느 정도로 표현될지는 몰랐다.

- 처음에는 '싸이코'까진 아니었다는 말인가.

시놉시스에는 그런 단어가 없었다. (이은희가) 일으키는 사건이나 행동이 정상 범주에서 넘어가는 것이었지, (제가) '싸이코처럼 보여야지' 이렇게 찍진 않았다. 적어도 저는 이걸(캐릭터를) 이해하고 찍어야 했다. '이게 뭐 어때서. 난 이렇게 하고 싶은데' 하면서 자기를 절대적으로 믿는 아이다. 그러니까 자꾸 웃으면서 '이게 맞는 거야'라며 떳떳하게 행동하는 거다. 저는 최대한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려 했다. 죄의식이 있다면 움츠러들 것 같아서. 그래서 (이은희의 당당함을) 믿으려고 노력했다.

- 이은희 캐릭터를 보면 현대인이 지닌 정신병리학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분명히 그런 부분이 있다고 본다.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는 분노조절장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누군가에 대한 소유욕 등이 조금씩 투영돼 있다.

- 극중에서 구정희에게 몹시 집착하는 역할인데, 뭐가 그렇게 좋던가.

제가 (구정희 캐릭터를) 잡은 건 대학 때 노래하던 멋진 사람이었다. 유일하게 저한테 잘해 준. 일반적인 수준에서 잘해 준 것이었는데, 사랑 못 받은 사람은 누가 한 번이라도 잘해주면 확대하지 않나. 온통 그 사람을 향해 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자신이 없고, 그 사람밖에 없다. (그 사람으로) 용량이 꽉 찬 것 같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거기엔 공감이 갔다. (구정희가) 지금은 꼬질꼬질해도 이렇게 살 사람은 아니니 때 빼고 광 내서 멋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난 2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 마지막회. 자신의 광기로 집에 불을 지른 이은희는 불속에서 웃음지으며 최후를 맞는다. (사진='완벽한 아내' 캡처)

 

- 이은희는 구정희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이 강하다. 실제 성격과 닮은 부분이 있나.

전혀 없다. 전혀 없어서 이게 처음부터 숙제였다. 감독님, 작가님한테도 '저는 이런 게 전혀 없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 이은희가 불타 죽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결말이 마음에 드는지.

저는 결말은 마음에 든다. 자기가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은 은희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신병원에서) 잠깐 나와서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괜찮은 척을 한 거다. 은희는 연기에 능한 것 같다. 그러니까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게 뭔지 알고 그렇게 했던 게 아닐까. 나중에 불길 속에서 죽었을 때는, 사실 은희가 하고 싶은 걸 다 한 것이지 않나. (구정희와) 결혼식까지 하고 묶어놓고 약 먹이고. 여기까지면 됐다, 싶었다. 어차피 (은희는) 나아질 수 없으니 여기서 그만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좋은 것 같다. 또, 드라마가 재복이의 성장기가 되는 게 중요하기도 했다.

- 어떤 대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지 궁금하다.

'언니'. 사실 어렵지 않은 대사가 하나도 없었다. (극중 심재복에게 하는) '언니' 한 마디도 너무 어려웠다. 친절하게 하는 것도 있고 뭔가 못마땅한 뉘앙스도 있고,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 고소영과 연기한 경험은 어땠는지.

너무 편안했다. (언니도 연기할 때) 너무 편하게 하셨다. 저도 처음, 언니도 처음 하는 캐릭터였는데도. '언니, 이렇게 씩씩한 역할은 처음이시죠?'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언니, 완전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이런 역할도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했다.

(노컷 인터뷰 ② 조여정 "30대 중반엔 로코만 할 순 없어… 여러 시도 중")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