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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 한끼줍쇼…헬조선엔 없는 '낭만'을 소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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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현실을 감추는 예능의 위장술…진짜인듯 진짜 아닌 '리얼'예능?

- <윤식당>인기비결..처참한 현실은 없고 아름답게 포장된 낭만만 존재
- 1박2일, 신서유기, 꽃보다 할배…나영석 예능의 흥행에는 '한국인의 윤리코드'가 있어
- '떠나지 않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머무는 동네를 배경으로 한 <한끼줍쇼>
- 이웃사촌, 집밥 향수 자극하는 레트로 예능…진짜 현실은 감추고 추억과 감성만 소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5월 2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하는 일상다반사 시간. 문화적인 현상을 조금은 삐딱하게,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비평해 보는 그런 시간이죠. 지난주에 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이야기를 해 봤었는데 오늘 그 이야기 조금 더 나누고 또 다른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 이야기까지 한번 이어보죠. 이택광 교수 어서 오세요.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저희가 다뤄서 그런지 지난주에 윤식당 자체 최고시청률 기록했다면서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최고시청률 16%를 기록했다는데 굉장한 거죠. 이게 삼시세끼보다 좀 높고요. tvN 자체에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높은. 사실 제가 굉장히 실감을 하는 게 어제도 제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윤식당 이야기를 옆에 식사하시는 분들이 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니까 윤식당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지금 들리고 있고. 그래서 저번 시간에 분석했던 많은 부분들이 조금 환기가 됐죠.

◇ 정관용> 지난번 얘기했던 걸 다시 한 번 결론을 내리면?

◆ 이택광> 기본적으로 윤식당이 왜 인기가 있느냐, 먼 곳에 가는 건데 그것도 파라다이스죠, 낙원에 가서 식당을 열고 그리고 거기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그런 꿈들은 사실 모든 젊은이라든지 나이 드신 분들 다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 꿈을 실현시켜주는 그런 요소가 이 윤식당에는 있고요.

또 그와 더불어서 여기는 두 가지를 자극해 주는 거죠. 코스모폴리타니즘과 민족주의를 자극해서 이 두 시청자층을 동시에 잡았다는 겁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잘 나가는 프로그램들은 두 가지 중의 하나예요. 외국에 나가서 굉장히 성공하는 그런 이야기라든지 아니면 이순신 장군 이야기처럼 국내의 어떤 그런 민족주의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이거든요. 그런 내용들인데 이 둘이 윤식당에 한꺼번에 다 있는 거죠.

tvN <윤식당> (사진출처 = 자료사진)

 


◇ 정관용> 그런데 그 안에는 리얼이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리얼이 아닌. 실제 현실화될 수 없는 그런 데에 우리가 좋아하게 되는 거다, 언급을 하셨죠.

◆ 이택광> 그렇죠. 코스모폴리타니즘이나 민족주의 같은 경우는 굉장히 거대한 서사잖아요. 그게 실질적으로 우리들에게 무슨 영향을 준다기보다 그건 항상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저 멀리, 고향처럼 저렇게 멀리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항상 무언가를 환기시키는데 그런 환기가 되는 그 지점과 맞닥뜨리는 현실이 있어야 합니다. 윤식당이 사실 그게 있는 거죠. 공허한 이데올로기적인 그것만 있는 게 아니고 여기에는 자영업자로서 느끼는 애환이라든가 또는 취업을 앞두고 있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어떤 막연한 동경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들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현실을 보여준다는 거죠. 다른 방식이지만. 다시 말하면 현실을 처참하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현실을 아름답게 포장해서 보여준다. 그게 많은 시청률을 동원하는 그런 요인이 아닌가 싶어요.

◇ 정관용> 그 현실을 아름답게 포장했다는 면에서 진짜 현실은 아니다.

◆ 이택광> 그렇죠. 시청자들은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처참한 현실을 각인하고 싶지는 않죠.

◇ 정관용> 이제 그 tvN의 나영석 PD의 작품이잖아요, 윤식당도. 벌써 후속작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 이택광> 성공을 했으니까 이제 후속작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번에 아마 인문학 기행과 음식 이야기를 배합을 해서 새로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이렇게 밝힌 걸로 알고 있는데요.

◇ 정관용> 나영석 PD의 트레이드마크가 주로 여행, 음식 이런 거예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처음 성공작이 1박 2일입니다. 이건 국내 여행인데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나영석 PD는 반드시 윤리적인 내용을. 1박 2일 같은 경우에도 그 당시에 해외여행객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소개하겠다는 취지가 있었어요. 마찬가지로 신서유기도 마찬가지고요. 신서유기는 상당히 계몽주의적인. 가서 그쪽의 문물들을 알아보겠다라는 것들이 있었고, 꽃보다 할배 같은 경우에는 노인 공경사상과 그런 것들이 들어 있었죠. 그 배경은 여행이지만 거기에는 한국에 굉장히 익숙한 윤리적 코드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즐거워하는 거죠.

사실 우리가 즐거워하는 것은 그렇게 우리의 취향과 맞기 때문에 우리의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나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잖아요. 그걸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우리가 불쾌함을 느끼는 것이고 그거는 싫은 거죠. 나영석 PD는 굉장히 그 코드를 잘 알고 있는 거죠. 굉장히 한국적인 코드를 알고 있는 PD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앞으로는 거기다가 인문학이라는 것을 더 좀 플러스한다, 한번 기대해 보죠.

◆ 이택광> 인문학이라는 것도 예능식으로 다뤘을 때. 물론 예능 인문학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데 그게 뭐냐 하면 힐링이에요. 보통 일반적으로 예능인문학이라고 하면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들. 그래서 대부분 여행이나 이런 것들을 치유를 하는 거지만 지금과는 다르게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들은 거의 여행을 통해서 자기 치유를 하는 것. 지금 서점에 나가보시면 많은 여행 책들이 대부분 힐링을 콘셉트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 나영석 PD가 그걸 되게 연구를 한 것 같고 아마 그것 때문에 힐링을 모티브로 삼는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까라고 예상을 하는데요. 아마 그것도 상당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성공하지 않을까 예상이 들어요.

◇ 정관용> 한번 기대해 보도록 하고. 오늘 본격적으로 다뤄볼 것은 한끼줍쇼. 이건 어느 방송사에서 하는 거죠?

◆ 이택광> 한끼줍쇼는 JTBC죠.

사진=한끼줍쇼' 방송 화면

 


◇ 정관용> 어떤 포맷의 프로그램입니까?

◆ 이택광> 사실 예능계의 대부라고 하면 이경규 씨가 있습니다. 두 라인이죠. 규라인과 재석라인의 석라인, 유재석 씨가 있는데 이경규 라인에서 나름대로 선수, 본인이 키웠던 선수가 강호동 씨예요. 강호동 씨가 사실 씨름선수였지 않습니까? 방송하기 싫은 사람을 데려다가 억지로 시켜서 개그맨을 만든 거죠.

◇ 정관용> 그랬어요?

◆ 이택광> 그런데 대성공을 했고. 그래서 둘이서 티격태격 잘하는데 이경규 씨가 이제 이런 식의 생활 리얼리티 TV쇼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잘 했습니다. 지금까지.

◇ 정관용> 그러니까 어떤 포맷이에요. 이 프로그램이 소개를 좀 해 주시면.

◆ 이택광> 쉽게 말하면 그냥 동네에 있는 젊은이들이 돌아다니면서 한 끼 얻어먹는 거예요, 저녁을 한 끼 얻어먹는 콘셉트예요.

◇ 정관용> 아무 동네나 가서?

◆ 이택광> 아무 동네나 가서.

◇ 정관용> 그냥 모르는 사람 집에?

◆ 이택광> 단 그건 있죠. 저 강호동입니다, 이렇게 초인종을 누르고 소개를 합니다. 그러면 그 안에 계시는 분들이 강호동 씨가 누구인지를 알면 밥을 주는 거죠. 물론 강호동 씨야 워낙 유명하니까 밥을 주시겠지만 약간 덜 유명한 이상민 씨라든지 이런 분들이 나오면 이상민 씨가 누구인데요라고 물어본다든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니까 만나기 싫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어요.

◇ 정관용> 그런데 강호동 씨를 안다고 해서 다 밥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사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TV에 나오기 싫다. 이런 분들은 밥을 주지 않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대략 알겠습니다. 이경규 씨는 또 다른 데를 가고 강호동 씨는 강호동 씨는 다른 데를 가서.

◆ 이택광> 각자가 쉽게 말해서 미션을 하는 거예요. 팀을 짜서.

◇ 정관용> 그 동네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저 누구인데 혹시 밥 한 끼 줄 수 있습니까 이래봐서 밥을 얻어먹는다?

◆ 이택광> 그리고 항상 숟가락을 들고 다니죠. 숟가락을 들고 다니면서 예전 우리 속담에 숟가락 하나 얻는다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이건 굉장히 어떻게 보면 나영석 PD의 윤식당과는 다른 콘셉트의 국내의 어떤 사정, 떠날 수 없는, 또는 떠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경규 씨가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어요.

◇ 정관용> 알겠어요. 이건 아마도 최근에 혼밥, 혼술족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그것 말고 동네에서 서로 좀 밥도 해 주고 얻어먹고 이런 옛날로 좀 돌아가 봅시다. 그런 취지도 있을 것 같아요.

◆ 이택광> 그렇죠. 트렌드를 본다면 약간 트렌드를 거스르는 그런 프로그램이죠. 그러니까 이제 과거에 그런 공동체에 대한 향수, 정확하게 얘기하면 동네 향수입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같은 나이대에 있는 중장년층들은 보면서 상당히 향수를 느낄 거예요. 예전에 사실 숟가락을 들고 가서 친구 집에 가서 밥 얻어먹고 어머니한테 이렇게 야단도 맞고 어머니한테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지냈던 동네 모습이 떠오르는 거죠.

그래서 그 동네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데 상당히 재미있는 것은 뭐냐 그러면 좀 잘 사는 동네, 평창동, 목동이나 또 서래마을 또는 한남동도 갔고 얼마 전에 제가 갔던 봤을 때는 답십리도 갔습니다. 아마 이 서울에 사시는 분들은 답십리라고 하면 옛날 답십리만 생각하시는데 지금 외국인들한테 이 답십리가 굉장히 유명해요. 골동품이 상점들이 굉장히 밀집해 있기 때문에요. 저도 영국에 있는 제 친구가 한국에 왔는데 답십리를 가자고 그래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전부 서울이네요, 그런데? 앞으로 지방도 가겠죠.

◆ 이택광> 지방도 가죠. 이게 무한한 겁니다. 이게 성공을 하면. 처음에 파일럿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면 당연히 지방도 갈 것이고 나중에 해외도 갈 거라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가서 한류가 있으니까 소개를 할 것 같은데.

◇ 정관용> 이거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 이택광> 당연히 레트로 소비품이죠. 레트로라는 게 향수, 복고풍의. 최근에 또 복고풍이라는 말 대신 레트로라는 말 잘 쓰더라고요. 그러니까, 레트로 굿즈 같은.. 약간 빈티지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 동네에 가서 아무리 젠트리피케이션이 많이 되고 현대화가 많이 되고 또 뉴타운이 되고 하더라도 그 구석구석에는 이렇게 옛날 모습들이 남아 있잖아요. 그 모습들을 잘 잡아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는 모습들 이런 걸 잡는다든가 나름대로 콘셉트를 만든 거죠. 단순하게 그냥 가서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그 동네 분위기를 보여주고요.

예를 들어 강호동 씨 같은 경우는 가다가 중간에 서서 아주머니들하고, 동네 아주머니들하고. 물론 그것도 다 세팅일 수 있어요. 그냥 평소에 동네에 그렇게 나와 계시지 않을 것 같은데. 만나서 1시간이고 이렇게 수다를 떱니다. 이런모습을 보여준다던가 그러면 이경규 씨가 와서 빨리 집에 가자 이렇게 얘기한다든가. 배고프다고 징징거린다든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옛날 동네 모습을 그대로 복각을 해 주는 거거든요. 그런 느낌을 준다는 거죠.

◇ 정관용> 복고풍,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비결 또, 또요?

 


◆ 이택광> 그리고 이제 여기에서 또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그런 공동체적 가치를 보여주는데요. 저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거는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꿈과 같은. 그러니까 과거에 마치 나훈아 씨의 고향역 같은 그런 분위기라고 한다면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붕괴하고 있는 한국 동네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에서 특히 서울이겠죠. 서울에서의 그 동네들이 붕괴하고 있는 모습. 한남동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로드무비처럼 돼 있다는 말이에요. 골목들을 지나가야 되니까 공사판이라든지 공사를 하고 있는, 또는 옆에는 정말 삐까번쩍한 카페가 있는데 한쪽에는 다 허물어져 있는 집이 있다든가. 이런 모습들이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는 거죠. 그리고 거기에서도 보면 저녁에 밥을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분들만이 이분들을 맞이해 줄 수가 있어요.

◇ 정관용> 당연하죠.

◆ 이택광> 강호동 씨와 이경규 씨를. 그런 집들을 찾아 헤매는 모습들. 그게 사실은 굉장히 오랫동안 쉽게 성공을 못합니다. 과거에 비한다면.

◇ 정관용> 거절 당하는 게 많죠?

◆ 이택광> 그게 또 하나의 콘셉트지만. 그 거절 당하는 게 뭘까요? 그러니까 밥을 줄 수 없는 어떤 각박한 현실들이 사실 있는 거죠. 여러 가지 이유가 나와요. 거기에 보면 TV에 나오기 싫다고 하는데 사실은 이 집 안을 보여주기 싫다, 이런 것도 있고 지금은.

◇ 정관용> 변변이 대접할 게 없다, 이런 것.

◆ 이택광> 지금 혼자 있어서 만날 수가 없다. 이런 것들도 있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이슈를 제기합니다. 안전 문제도 있고 또 말씀하셨던 것처럼 저녁이 없는 삶. 한국의 저녁이 없는 삶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애만 집에 덩그러니 없고 부모는 없고 이런 모습들도 나오고 또는 아예 비어 있는 집도 있고. 이런 것들이죠. 이런 것들이 결국은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에서 즐거움을 주고 싶어도 뭔가 현실이 튀어나온다는 거예요, 그게. 이걸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예능 프로그램의 지금은 사회적 과제가 된 거죠. 특히 이경규 씨나 강호동 씨의 한끼줍쇼 같은 경우는 정말 그 줄타기를 묘하게 하지 않으면 보면서 오히려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런 프로그램이 되는 거죠.

◇ 정관용> 공통체의 복원이라는 향수를 자극하고자 하나 실제로 동네는 비어가고 있다는 모습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한림대 정관용 교수(좌)와 경희대 이택광교수(우)(사진=시사자키 제작진)

 


◆ 이택광> 그렇죠. 그리고 또 하나는 이 프로그램은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연예인들의 상징 자본을 팔아서 구걸을 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좋은 의미에서.

◇ 정관용> 연예인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죠.

◆ 이택광> 그런 관점에서 약간 시회적 위무(慰撫)를 제공하는 것도 있어요. 그러니까 연예인도 사실은 이렇게 배가 고파서 가서 밥을 한끼줍쇼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래서 연예인들도 평등하다.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하지만 연예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자영업자잖아요. 연예인들 사실 어떻게 보면 제가 생각할 때는 자본가입니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상징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들이죠. 물론 연예인들도 어떤 차이가 있지만.

◇ 정관용> 유명 연예인은 고소득 개인 사업자죠.

◆ 이택광> 개인 사업자이고 자본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어떤 연예인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측면들을 갖추고 있는 거죠. 이것이. 그래서 연예인들은 여러분들과 비슷한 사람이고.

◇ 정관용> 그런데 그게 참 저도 똑같이 배고프고 똑같이 한끼줍교 구걸하고 다니는 사람입니다라고 하지만 저는 유명인이기 때문에 아무 집이나 초인종을 누를 수 있습니다. 두 가지가 같이 있는 거죠.

◆ 이택광> 그게 제가 말씀드리는 시회적 의미죠. 내가 그렇게 해서 몸을 낮춰서 여러분한테 가서 한끼줍쇼를 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게 또 어떻게 보면 그분들의 논리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우리들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위로를 받으세요. 그런데 이제 그 논리를 비집고 현실에 자꾸 나온다는 거죠. 1인 가구라든가 말씀드린 부모가 두 분 다 맞벌이를 하는 바람에 아이가 혼자 방치되어 있다든가 또는 여러 가지 보육시설이라든지 이런 문제가 등장한다는 거죠.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도 나타나고 또 동네 같지 않은. 점점 동네의 각박한 인심이 드러나고 되고 이런 모습들이 자꾸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사실 지향하고 있는 바는 집밥에 대한 찬양이죠.

◇ 정관용> 집밥.

◆ 이택광> 집밥에 대한 어떤 환상 같은 것. 사실 집밥이라는 게 뭘까를 생각해 본다면 예전에 한국이 경제개발 과정에 있을 때 이른바 현모양처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어떤 대선 후보는 지금 슈퍼우먼 금지법도 만들었는데. 이 공약을 내걸었지만. 그런 슈퍼우먼, 슈퍼엄마에 대한 환상들이 사실 집밥하고 연결된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어떤 집밥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그 환상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건 나쁜 것이라는 규범적 태도가 이 예능 프로그램에 반영이 돼 있는 거죠.

◇ 정관용> 그게 좋고 나쁘고까지 거기에 가치 판단으로 들어갈까요? 그냥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 이택광> 저도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족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아무래도 이게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런 문제가 생기죠. 그런데 여하튼 저는 이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온 바로는 그런 과도한 그런 교훈을 주고자 했던 그런 의도는 없다고 봐요, 프로그램이. 물론 이경규 씨 같은 경우는 예전부터 국민냉장고부터 해서 몰래카메라, 그런 걸 많이 했는데.

◇ 정관용> 이번에는 그런 게 강하지는 않다?

◆ 이택광> 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 씨 예능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바로 그런 윤리적인 규범을 통해서 사생활 공개를 요구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 콘셉트에 아주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거죠, 이 프로그램이. 그래서 이제 잘못 간다면 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대중문화라는 것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그걸 보는 사람, 시청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봅니다.

◇ 정관용> 간단히 정리가 되네요. 집밥 그리고 옛날의 공동체, 동네, 마을 이런 향수를 자극하는데 그걸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 그 현실도 동시에 드러나는 그런 프로그램 한끼줍쇼 오늘도 여기까지 말씀 나눌까요?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정관용>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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