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19대 대통령 선거의 방송연설 일정을 확정했다. 후보들은 공직선거법 71조에 따라 텔레비전(11회)과 라디오(11회)에 출연해 최대 22회의 방송연설을 할 수 있다. 본인이 아닌 다른 인사가 출연하는 찬조 연설 역시 텔레비전‧라디오 각각 11회씩 총 22회의 방송연설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한 때 양강 구도를 이뤘던 대선주자답게 허용된 방송연설 횟수를 모두 채웠다.
다른 후보들은 자금사정을 고려해 방송연설을 신청했다. 홍 후보는 본인 연설 7회(텔레비전 4회, 라디오 3회), 찬조 연설 4회(텔레비전 2회, 라디오 2회)만 신청했다. 이외 다른 유력주자들은 방송연설 대신 다른 창구를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기호 8번인 장성민 국민대통합당 후보가 본인의 텔레비전 연설을 10회나 신청한 점이다.
윤태호 작가의 찬조연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젊은 층에 친숙한 인물 총출동한 文…정책전문가 대거 출연한 安문 후보는 지난달 30일까지 총 네 차례의 본인 연설과 여섯 차례의 찬조 연설을 실시했다. 후보자 개인이 출연한 방송연설은 주로 비전과 정책 등을 발표했다. 주목할 것은 찬조 연설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웹툰 '미생'의 작가 윤태호 씨가 방송연설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윤 씨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이야기를 청년실업문제에 빗댔으며 세월호 참사를 언급할 때는 복받친 듯한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윤 씨의 찬조연설 영상은 유튜브에도 업로드 돼 인기 급상승 동영상 17위에 랭크되고 약 261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이 문 후보 찬조연설을 해주시니 가슴이 벅차오르네요."(you**), "작가님의 작품만큼이나 진실된 지지연설이었습니다."(장형*)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사회 유명 인사들이 등장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야구선수 출신인 김성한 해태타이거즈 전 총감독이 야구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초인종 의인'으로 알려진 고(故) 안치범 씨의 어머니인 정혜경 씨가 찬조 연설에 등장하자 네티즌들은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될까요. 아드님의 뜻이 꼭 이뤄지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도합니다."(Jso****)와 같은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안 후보는 철저히 정책 중심으로 방송연설 전략을 짰다. 특히 지난달 30일까지 총 다섯 차례의 찬조 연설을 실시한 가운데 출연자 대부분이 안 후보 본인이 구상 중인 정책과 밀접한 이들이었다.
송명순 예비역 준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달 25일 방송에는 국내 최초 전투병과 출신 여성 장군인 송명순 예비역 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 준장은 안 후보의 '자강안보론'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편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 양성평등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날인 26일에는 부산에 거주하는 워킹맘 정설이 씨가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어 28일에는 조영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출연해 안 후보의 교육정책을 홍보했고, 29일에는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가 나와 안 후보의 정치개혁 구상을 언급했다.
젊은 층이 알만한 인사들을 내세운 문 후보와 달리 안 후보의 전략은 온라인상의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문 후보의 유튜브 공식채널에 올라온 찬조 연설 영상이 약 36,000의 평균 조회 수를 기록한 반면 안 후보의 찬조 연설 영상은 평균 약 2,137의 조회 수에 그쳤다.
◇ '본방 사수' 놓친 이들 배려한 文…라디오도 다시듣기 제공하는 安문 후보는 '문재인 공식채널'에 방송연설 녹화분을 모두 업로드하고 있다. 젊은 층일수록 텔레비전보단 스마트폰이나 웹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패턴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략인 셈이다. 그 덕에 문 후보의 찬조 연설 영상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는 중이다. 안 후보 역시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지만 일부 빠진 것들이 보인다. 그러나 문 후보 채널에 라디오 찬조 연설은 올라오지 않는 반면 안 후보 측은 '라디오 버전'의 영상도 업로드하고 있다.
이처럼 각 캠프들은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함에 따라 올드미디어의 산물인 방송연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장우영 대구카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전략이 반드시 실제 선거에서도 우위를 가져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미치는 파장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문 캠프가 20~30대 젊은 사람들을 위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표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곳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며 "문 후보뿐만 아니라 안, 심 후보도 현재 젊은 층을 굉장히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