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겨울,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그날."
우연히 오른쪽 난소에서 발견한 20센티미터의 '경계성' 종양.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고통이라는 따뜻한 감각'은 싱어송 라이터 예술이 종양 진단을 받은 후 몸과 마음의 치유 과정을 담아낸 농밀한 기록이다. 자궁의 전체 혹은 일부를 들어내고 ‘환자’로서 남은 생을 호르몬제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병을 자신의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그녀가 자신의 생 안쪽으로 깊숙이 받아들인 것은 20센티미터의 종양이 아닌, 묵직한 자신의 인생이었다. 3년간 모든 것을 멈추고 몸의 사소한 ‘신호’에 마음 씀을 배웠다. 자신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착각 속에 언제나 뒷전이었던 몸과 마음을 자신의 삶 가운데 놓는 일. 이 모든 과정은 “삶에 대한 능동적인 선언”이었다.
책 속으로나에 대한 불만과 미움이 쌓여 마구 밟히고 찌그러진 캔처럼 몸과 마음이 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과 분노의 화살을 쏘아댔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는 누군가 조언을 할 때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칭찬은 의심하고 비판엔 낙담했다.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인정하지 않으니 타인의 '잘했다, 못했다'라는 평가에 너무도 쉽게 흔들렸다.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은 부여잡고, 꼴 보기 싫은 모습은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었다.
이래저래 쥐어뜯기는 마음에 바람 잘 날 없었다. 이렇게 야박하고 까칠하게 구는 습관은 쉽게 타인에게도 이어졌다.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과 타인에 대한 비난은 같이 어울려 다니는 걸까. -112쪽.
늘 주변을 향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면서 정작 내 일상은 팍팍했다. 체력과 에너지의 한계를 느끼면서 괜히 혼자 한탄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관계가 휘청이도록 쌓아둔 불만과 스트레스를 쏟아내기도 했다. -117쪽.
치열하게 단식을 하는 것, 몸에 불을 붙이며 뜸을 뜨는 것, 수술을 하고 ‘깔끔하게’ 종양을 없애는 것, 수술 후의 부작용을 겪는 것, 때로 불량식품을 끊을 수 없어 힘들어 하는 것, 언제 자고 깰지, 먹고 먹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까지, 모두 내 몫이다. 그런 소소한 선택과 결정들이 나의 일생을 구성한다. -136쪽.
예슬 지음 | 들녘 | 200쪽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