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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햄버거가 어떻게 우리 삶을 구속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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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는 편리함과 합리화에 종속되어 자연, 근본,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에 대한 이 예언자적 통찰을 담고 있다. 맥도날드화란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 사회와 전 세계의 점점 더 많은 부문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특히 그 시스템 안에 있는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맥도날드가 전 세계를 지배하면서 관련된 감자 생산과 가공, 목축, 양계, 도축, 육류 가공 사업까지도 맥도날드화되어 생산량이 증대되었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로 이동해야 했다. ‘Mc’이라는 접두어는 신속성과 효율성, 프랜차이즈와 대량생산을 상징하게 되었다. 사실상 모든 사회 영역이 맥도날드화되었고 그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는 패스트푸드가 상징하는 속도와 소외뿐만 아니라, 노동, 교육, 의료, 섹스, 삶과 죽음, 여가, 쇼핑 등 일상에까지 침범한 ‘맥도날드화’를 흥미롭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하나의 패스트푸드가 어떻게 미국 사회를, 나아가 현대 세계를 지배하는 요소이자 기본 원칙이 되었는지 개괄하고 있다.

맥도날드화가 우리 세계를 지배하는 데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맥도날드화의 특징인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그리고 통제를 핵심으로 하는 ‘합리성’ 을 지목한다.

효율성은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최적인 방법 선택을 의미한다. 즉 맥도날드는 배고픈 상태에서 배부른 상태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을 제공한다. 적은 노력으로 더 빨리 가질 수 있고, 효율적인 노동자는 더 빨리 더 쉽게 업무를 수행한다. 더 빨리 더 많이 처리할수록 더 많은 자본을 벌 수 있다. 연애조차 온라인상에서 간편한 이모티콘으로 진행되고 또 끝난다. 종교마저 중계방송을 통해 간소화된다.

계산가능성이란 상품의 양과 가격, 서비스에 걸리는 시간 등 양적 측면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고객들은 ‘많이 빨리 값싸게’ 제공받고 종업원도 ‘많이 빨리 값싸게’ 일한다. 양은 많고 빨리 나오는 제품이 곧 진리이다. 사람들은 양과 개수를 헤아리면서, 지불한 돈에 비해 더 많이 먹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 결과 이익을 본 쪽은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주라는 사실을 잊는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에서는 노동 또한 질보다는 양과 속도를 강조한다.

예측가능성은 제품과 서비스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다는 확신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특정 프랜차이즈 제품들은 같다. 내일도 내년에도 특정 브랜드 햄버거 맛은 오늘 먹은 그 맛과 같을 것이다. 누구나 그 맛을 이미 잘 알고 더 나은 맛도 더 형편없는 맛도 예상하지 않는다. 다양한 호텔 체인, 패션 브랜드, 이케아 가구 등 세계 어디에서나 우리는 익숙한 특정 상표를 접하고 사용할 수 있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에서는 노동 또한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원들은 정해진 단계를 따라 일하며, 외모나 행동, 사고방식 또한 더 예측가능하게 통일된다. 예측가능성이 높으면 상호작용이 더 쉬워진다. 또한 동일 절차를 반복하는 업무는 더 쉽고 익숙하고 편안하다.

통제는 맥도날드를 규정하는 네 번째 특징이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에서는 고객도 노동자도 경영진이 원하는 행동 양식대로 움직이도록 통제된다. 줄을 서야 하고, 메뉴는 한정적이며,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고, 의자는 딱딱하다. 빨리 먹고 나가야 한다. 노동자는 업무를 정확히, 지시받은 대로만 수행하도록 훈련받는다. 기술과 조직 구성 방식도 이러한 통제를 강화하며, 통제로 인해 속도와 효율성이 높아진다.

맥도날드화의 이러한 특성들은 합리성으로 이어졌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하게 되었고, 시간과 지리적 제한을 넘어 필요한 것을 더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도 균일해졌다. 누구나 신속히, 효율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한다. 인종이나 성별, 성적 취향, 사회적 계급과 관계없이 처우 또한 평준화되었다. 그러나 합리적인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합리성의 불합리성’이 역설적으로, 맥도날드화의 마지막 다섯 번째 특성이다.

합리화가 건강과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지점에 왔다. 패스트푸드에 들어 있는 지방, 콜레스테롤, 염분, 설탕은 직접적으로 건강을 해치고, 어릴 때부터 나쁜 식습관을 심는다. 맥도날드화가 환경에 끼친 악영향은 규모가 더 크다. 육류 생산과 소비 증가로 인해 토지는 황폐해지고, 기후변화, 수질 및 대기오염, 물 부족, 생물다양성 감소 등 수많은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속도가 빠르고 이동이 잦고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맥도날드화는 생태계에 거대한 피해를 주는 방식인 것이다.

조지 리처는 이번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최신 개정 8판에서, 맥도날드화의 권력과 범위가 쇠퇴하는 경향과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스타벅스화’, ‘이베이화’, ‘웹 2.0’에 대한 분석까지 놓치지 않는다.

점점 더 확장해가는 맥도날드화가 낳은 수많은 불합리성에 직면해 우리는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저자는 크고 작은, 집단적이고 개인적인 다양한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어떤 조직이든 지나친 팽창을 조심해야 한다. 조직이 너무 커지면 합리적인 원칙, 관료제, 기계적인 업무 방식과 환경을 적용해야 제대로 작동하는 시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는 패스트푸드와 낮은 가격을 강조하는 광고에 저항할 수 있다. 더 직접적으로 맥도날드화에 맞서는 집단 운동을 펼칠 수도 있다. 국제적인 규모로 펼쳐지는 맥도날드 반대 운동, 대형 할인점 반대 운동, 최저임금 인상과 맥잡 분야 전반의 임금 인상 운동 등의 사례도 많다. 그 대표 격인 슬로푸드 운동은 1980년대 중반 로마에 맥도날드가 들어오는 데 반대해 조직된 풀뿌리 운동에 기원을 둔다.

효율성과 합리라는 명분 아래 맥도날드화는 발전했다. 비정규직 고용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고 비인간화와 인간소외 등 맥도날드화가 지닌 합리성의 불합리성도 더 확장될 것이다. 인간 노동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지금, 여기의 사회와 삶을 돌아보는 사회학적 통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저자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바탕을 두고 맥도날드화를 비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의 구속에서 벗어나되 그 체계 덕분에 가능했던 기술적 진보를 활용한다면, 우리는 더 사려 깊고 유능하며 창조적이고 다재다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화가 둔화한다면 사람들은 잠재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맥도날드화로 인한 가능성과 제약’ 모두를 보아야 한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 덕분에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으나, 한편 많은 것들을 잃기도 했다. 맥도날드화는 현대 우리 사회를 가르고 나누는 ‘양날의 검’이다.

조지 리처 지음 | 김종덕, 김보영, 허남혁 옮김 | 풀빛 | 416쪽 |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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