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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감히' 회사 경영할 수 있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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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만 여성노동자 GV]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가 개최하는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가 올해로 5회를 맞았다. '노동', '노동인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고 노동현실을 함께 되짚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보통 슈퍼우먼'이다. 낮은 곳에서 힘겨운 노동을 담당하며 육아노동까지 책임지는 '여성노동자'에 초점을 맞춰, 국내와 국외를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CBS노컷뉴스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29~30일 양일 간 열리는 '보통 슈퍼우먼'의 상영작을 훑고, 영화의 메시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관객과의 대화'를 전한다. [편집자 주]

제5회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 둘째날의 첫 상영작은 '브루크만 여성노동자'였다. 이삭 아이시탄 감독의 2007년작인 '브루크만 여성노동자'는, 계속 일하고 싶으면 기업주의 빚을 떠맡으라는 정부 판결에 맞서 '자립적인 공장'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실험을 하는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노동자들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의견을 모아 경영적 판단을 내렸다. 물론 그러기까지 정부와의 투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각계각층의 연대와 지지를 받으며 싸운 그들은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을 탄생시킨다. 남성 정장을 만드는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여성이기에 '여성노동자'라는 제목이 붙었다.

당초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더불어민주당 전순옥 전 의원과 서종식 서울혁신센터장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둔 시기이니만큼 일정 조정이 불가해 서 센터장만 참석하게 되었다. 그는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을 비롯한 협동조합 형태를 쉽게 풀어주었다.

◇ '브루크만 여성노동자', 노동자 협동조합의 좋은 사례

제5회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 '보통 슈퍼우먼' 둘째날 상영된 '브루크만 여성노동자'

 

서 센터장은 "노동자 협동조합은 일하는 사람들이 소유, 경영하고 이익을 같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협동조합이 가장 핫한 곳이 아르헨티나이기도 하다"며 "자료 접하기 힘들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봐서 뿌듯하고 감동받았다. 아주 좋은 영화를 본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협동조합기본법 제2조 제1호)이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주사무소 소재지를 서울에 둔 협동조합이 2803개, 전국 10905개에 이른다. 또, 썬키스트, 버거킹, FC바르셀로나, AP통신 등 협동조합 모델을 쉽게 떠올릴 만큼 '협동조합'이란 개념 자체가 생경한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협동조합과 같은 생산자공동체 형태를 취한 기업은 '특이 사례'로 꼽힌다. 서 센터장은 "일하는 사람들이 소유, 직접 경영, 이익 공유하는 시스템이 노동자 협동조합이라면, 자주관리기업은 국유화된 기업을 노동자들이 관리하는 방식"이라며 국내 기업 사례를 몇 가지 소개했다.

그는 "청주에 있는 우진교통이란 시내버스회사는 임금·퇴직금 3년치를 못 받는 대신 기업 지분을 갖고 노조가 11년째 회사 경영을 하고 있다. 키친아트라는 곳도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운영되는 회사이며, 노란색 쿱택시는 차 한 대 당 2.5명이 출자금 300마원씩 내고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어린이집, 돌봄센터 등도 이익이 협동조합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여성'이 중심이 된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돌봄 영역이 하나 있고, 경력단절여성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쪽이 하나 있다. 여성 기업인이 나오는 케이스는 아직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전문 경영인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을까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브루크만 여성노동자' GV에서 서종식 서울혁신센터장(왼쪽)이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물론 서 센터장은 협동조합이 지닌 위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노동자 협동조합은 2가지 문제 때문에 망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의사결정 지연 △무임승차를 들었다.

그는 "어떤 결정을 할 때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의사결정이 빨라야 하는 현대 시장환경에서 쉽지 않은 점이 있다. 두 번째는 무임승차 때문에 생산성을 끌어올리기가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경영환경이 더 좋은 건 아니다. 대부분 노동자 협동조합은 경쟁업체에 비해 임금이 약간 높은데, 중간 이익이 일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고 경영자가 했던 역할이 그 업종에서 불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임금을 더 갖고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경영 관련 교육과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고 밝혔다.

서 센터장은 노동자 협동조합이 '내가 내 노동의 주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자 협동조합을 '워크플레이스 데모크라시', 즉 일터에서의 민주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내 노동의 주인이라는 각성은 대단히 중요한 삶의 과정"이라면서도 "한국사회에서 일하고 돈을 받을 때 이런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서 센터장은 무엇보다 '좋은 일'의 의미에 대해서 짚고자 했다. 서 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 (법으로 명시된) 노동인권 자체는 나쁜 수준이 아니지만, 준수율이 떨어지는 게 문다. 최저임금조차 안 지키는 기업이 이렇게 많으니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생산성도 OECD 가입국 중에서 떨어지는 편이다. 노동권 보장과 생상성 향상이 돌아오는 구조를 3~5년 안에 만들지 못하면 '공정한 노동환경'을 만들기란 대단히 어렵지 않을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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