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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 드림팀' 독배 우려를 '신의 한 수'로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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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 드림팀 출범' 다음 시즌부터 창원 LG를 이끌어갈 현주엽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김영만, 박재헌, 강혁 코치.(자료사진=KBL, WKBL)

 

프로농구 창원 LG의 제 7대 사령탑 현주엽 신임 감독(42)이 빠르게 코치진 인선을 마무리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대로 자신보다 선배인 인사를 코치로 모셔왔다.

LG는 27일 "김영만 전 원주 동부 감독을 현 신임 감독과 함께 팀을 이끌 코치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코치는 현 감독보다 3살 많은 선배다.

김 코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창원은 나의 고향이기도 하고 LG에서 선수 시절 창원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현주엽 감독이 직접 찾아와 함께 하자고 하여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코치는 지난 2002년부터 4시즌을 LG에서 뛰었고, 마지막이던 2005-06시즌 현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이와 함께 LG는 박재헌 전 여자프로농구 청주 국민은행 코치(44)와 강혁 삼일상고 코치(41)도 영입했다. 박 코치는 현 감독의 고려대 동문이자 선배로 LG 창단 멤버다. 강 코치는 서울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다 인천 전자랜드에서 은퇴 이후 모교인 삼일상고를 지도해왔다.

경력으로만 따지만 10개 구단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코치진이다. 가히 '현주엽 드림팀'이라 할 만하다. 김 코치는 실업 최강 기아의 멤버였고 프로농구 출범 뒤에도 원년 우승에 힘을 보탰다. 박 코치는 초창기 LG 수비농구의 중심이었고, 강 코치는 삼성의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 주역이었다.

▲현역 감독들 "코치 경험 없는 현주엽, 고전할 것"

현 감독은 사령탑 선임 발표 이후 지도자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 때문에 적잖은 우려를 샀다. 당초 LG가 김진 전 감독의 후임으로 물망에 올린 후보들은 감독 경력자들이었다. 현 감독은 지난 2009년 LG에서 현역 은퇴를 한 뒤 5년여 동안 농구계를 떠나 있었고, 2014년부터 중계 해설위원으로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3시즌 동안 농구 해설을 맡았지만 현장 경험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한 베테랑 현역인 A감독은 "감독에게 코치 경험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면서 "해설을 맡았다지만 경기 중 벤치에서 그때그때 급변하는 현장 상황을 겪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베테랑 사령탑들이 실수를 하고 배우는데 현 감독은 시행착오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 감독과 동시대를 풍미했던 사령탑들도 코치 경험이 있다. '람보 슈터'로 명성을 떨친 문경은 서울 SK 감독(46)이나 한국 농구 최고 인기 스타로 꼽히는 이상민 삼성 감독(45) 등이다. 현 감독의 고대 선배인 전희철 SK 코치(44), 김병철 고양 오리온 코치(44)는 지금도 코치 수업 중이다.

'해설은 잘했는데...' 현주엽 LG 감독(오른쪽부터)이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당시 정용검 캐스터, 서장훈과 중계를 하던 모습.(자료사진=KBL)

 

선수들의 고충을 듣고 이해하는 것도 코치의 주된 임무다.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교량 역할이다. 이런 경험이 향후 감독이 됐을 때 선수들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A 감독은 "현 감독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 감독은 스타 출신이다. 여기에 해설위원을 거치면서 거침없는 언변을 뽐냈다. 최고의 자리만 거쳐온 현 감독의 직설적인 화법을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실제로 현 감독은 2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LG 간판 김종규(206cm)에 대해 "가장 기대도 많이 하지만 실망도 가장 많았던 선수"라고 평가했다. 애정을 담은 말이었지만 이들 전해들은 김종규는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지도에 있어서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이상민 감독도 지난 26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챔피언결정전 3차전 객원 해설을 맡은 현 감독에 대해 중계 방송을 통해 "워낙 농구를 잘해서 모든 선수가 자기 같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금만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도 그랬지만 첫 시즌에는 고생을 많이 할 것인데 이후 좋은 성적을 내리라고 본다"고 애정어린 덕담도 건넸다.

때문에 현 감독의 LG 사령탑 취임은 어쩌면 '독배'가 될 수 있다. 코치 경험 없는 감독 직행이 독이 될 수 있다. 더욱이 LG는 21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목이 마른 구단이다. 스타 출신인 현 감독이 자칫 짧게 지도자 경력을 마무리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현 감독의 인기와 능력을 감안하면 한국 농구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코치진 인선 보면 '현주엽 농구' 보인다

하지만 코치진 인선과 관련해 현 감독이 보인 행보를 보면 걱정을 적잖게 덜어낸다. 현 감독은 전무한 자신의 코치 경력을 보완해줄 경험 있는 지도자를 코치로 초빙했다.

특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를 영입하는 데 직접 나섰다. 지난 시즌까지 동부를 맡았던 김 전 감독이 자존심을 접고 사령탑이 아닌 코치직을 수락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재헌 코치도 현 감독의 학교 선배다.

여기에 강 코치는 LG의 전자 라이벌인 삼성 출신이다. 특히 강 코치는 2000-2001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11.4점 2.6도움 1.6가로채기로 LG에 비수를 꽂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 감독은 강 코치에도 손을 내민 것이다.

코치진 인선은 향후 '현주엽 농구'를 예상하게 한다. 현 감독은 24일 취임 회견에서 '현주엽 농구'를 묻자 "높이를 장악하면서 빠른 농구"라고 답했다. 이어 현 LG의 과제로 "공격은 좋은데 수비 조직력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 해봅시다' LG 조성민(왼쪽부터), 현주엽 감독, 김종규, 기승호가 24일 현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 뒤 기념촬영을 한 모습.(자료사진=KBL)

 

김 감독은 전창진-강동희 전 감독에 이어 상대팀의 수비 지옥 '동부산성'을 이끈 경험이 있다. 최근 3시즌 동안 동부는 실점에서 1~3위에 올랐다. 김주성(205cm), 윤호영(197cm), 장신 외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방어는 동부의 자랑이었다. 향후 김종규를 축으로 LG의 수비 전술을 구축할 적임자다.

박 코치 역시 현역 시절 정통 빅맨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국보급 센터' 서장훈(207cm)을 가장 잘 막아내는 선수로 꼽혔다. 박 코치는 LG의 높이 장악을 이끌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 더욱이 대학 이전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박 코치는 영어도 유창해 외국 선수들과 교량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코치는 현역 시절 최고의 스윙맨으로 꼽혔다. 2 대 2 플레이에 능한 데다 속공을 이끄는 능력도 탁월했다. 여기에 강 코치는 승부 근성으로 더 큰 평가를 받았다. 현 감독은 "현재 LG 선수들이 지는 데 익숙해진 듯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 코치는 이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현 감독과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서장훈은 "워낙 영리한 친구라 코치 경험이 없어도 감독직을 잘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호언한 바 있다. '현주엽 드림팀'이 제각기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면 현 감독의 약점은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LG의 제안을 받아들인 현 감독의 선택은 '독배'가 아닌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LG의 창단 첫 우승의 비원이 풀릴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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