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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남녀 나오면 로맨스? 사랑엔 성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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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①] "전형적 여성 캐릭터는 경계…고민 많았다"

영화 '어느 날'에서 단미소 역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영화계의 30대 여성 배우 중 천우희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영화 '써니'의 조연으로 충무로에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한공주', '곡성' 등 작품성이 돋보이는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배우 천우희는 유독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집단 성폭행 피해자인 한공주 역이, '곡성'의 정체 모를 여인, 무명 역이 그랬다. 수만가지 감정을 담아내는 그 눈동자는 항상
묵직하게 관객들을 강타했다.

그러나 영화 밖의 천우희는 피곤한 홍보 일정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나눌 때는 친구와 담소하는 것처럼 편안하다. 영화 '어느 날'은 마치 그런 천우희를 닮아있는 작품이다. "평소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천우희의 장담대로였다.

영화의 흥행 정도를 떠나, 어쨌든 이번에도 천우희는 담담하고 밝게 슬픔을 그려내면서 또 다른 영역을 개척했다. 다음은 천우희와 나눈 일문일답.

▶ 단미소 역이 본인의 평소 모습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지 궁금하다.

- 자연스러운 호흡이나 케미스트리에 중점을 맞추다보니 평소 모습이 보였을 것 같다. 아마 주변 지인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지 않았을까. 꼭 어떤 전형성을 벗어나려고 하기 보다는 느낌을 따라가면서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 되묻는 식으로 만들어나갔다. 좋은 건 취하고, 고루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없애면서 그렇게.

▶ 자칫 잘못하면 너무 연약해보이거나, 불쌍해보이거나 또 낯간지러울 수도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 여성 캐릭터들에게 흔히 강요되는 전형성들이 있었다. '아저씨'라는 호칭이나 시각장애인과 같은 여러 설정들이. 특히 '아저씨'라는 호칭은 감독님과 제가 많이 고민을
했다. 너무 어린 여자아이처럼 구는 느낌이 들 수도 있어서 그랬다. 그러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호칭으로는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말투 또한 문어체같은 부분이 있어서 쉽지는 않았다. 최대한 경계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편안하게 해버리면 캐릭터 느낌이 살지 못할 수도 있고, 너무 그대로이면 낯간지러운 느낌이니까. 성격상 아닌 부분은 아니라고 확실히 말하는 편이다.

▶ 어떻게 보면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는 가장 비현실적인 존재이지만 또 한편으로 굉장히 현실적이다. '한공주', '곡성' 등 전작들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 공감과 몰입이 자연스러웠고, 감정이 잘 나오는 점이 있었다. 미소 같은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었던 것 같다. '한공주'나 '곡성'의 경우에는 쉽게 그런 감정의 결을 만날 수 없는 캐릭터였지 않았나.

▶ 감정적으로 가장 몰입했던 장면은 어디인지 궁금하다.

- 친어머니를 찾아갔을 때, "그런 사람 모른다"는 답을 듣고 정처없이 미용실을 나왔던 장면. 여기는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 시간이 없어서 앞 장면을 연결해서 찍다 보니까 감정적으로 많이 올라왔다. 테이크를 한 번에 갔는데 나도 연기를 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주체가 안 되더라. 지금 생각해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맞은편 스태프들도 다 울고 있는데 정신은 있어서 모니터링을 했다. 그런데 내 발이 나오고 있더라. 감독님이 내 감정을 끊어주셨다. (웃음) 실제로 영화에서는 발만 나왔다.

▶ 어쩌면 로맨스를 그릴 수도 있는 구도였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국내 영화 중 남녀가 등장해 로맨스가 없는 영화가 흔치는 않다.

- 인간적인 유대가 있는 관계였다. 사랑에 성별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는 더 다양한 감정들과 관계들이 있는데 그걸 굳이 영화 안에서 나눌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꼭 남녀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면 로맨스가 나올 것이다,
그런 생각을 깰 필요도 있지 않을까. 열린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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