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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말·휴일 없다던 게임업체…'열정착취' 내부고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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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IO 직원 "업무량 바뀌지 않아 주말·휴일 근무 여전"

 

NOCUTBIZ
게임 출시를 앞두고 주말·휴일에도 근무하라던 중견 게임회사가 관련 지침을 철회했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문제 덮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개임업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1일 자회사 '이카루스 모바일' 개발팀의 크런치 모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위메이드아이오는 개발중이던 스마트폰 게임 '이카루스 모바일' 출시를 위한 고강도 근무 일정인 '크런치 모드' 계획 지침을 내렸다가 외부에 유출됐다.

문제의 지침을 살펴보면 밤 9시까지 야근은 물론, 주말이나 어린이날 및 추석 연휴를 제외한 공휴일에도 9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주5일 근무로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토요일에 쉴 때도 연차 휴가를 쓰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더구나 개발 이슈(개발팀 책임 문제)로 연내 출시가 불가능할 경우 수당도 반납하라는 조항까지 들어있다.

 

◇ 위메이드IO "계약금 전액 받으려면 기한 내 성과 올려야… 무리해도 연내 출시해야"

이처럼 문제의 업체가 직원들에게 무리한 지침을 강요한 근본 원인은 게임 유통을 맡는 퍼블리싱 업체인 게임업계 대기업 넷마블에서 받기로 한 100억대 계약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위메이드아이오는 지난 14일 위와 같은 내용의 지침을 관련 개발팀원들에게 설명하는 사내 회의를 벌였고, 문제의 지침 관련 자료도 이 때 공개했다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CBS가 입수한 위메이드아이오의 당시 내부 회의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해당 게임 개발팀의 팀장급 관계자는 "넷마블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지만, 이 돈을 모두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넷마블 측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올려야만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해가 되면 우리 게임과 유사한 게임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5, 6개월 걸릴 일을 2달 안에 하는 식이지만, 연내에는 게임을 출시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 직원 항의에 "수당 챙겨주면 책임감 없어져… 우리 땐 말도 못꺼냈다"

당시 일부 직원들이 항의하자 이 관계자는 "빨리 런칭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수당을 챙겨주면 책임을 1/n으로 나누게 된다. 게임이 제 때 출시된 후에 수당을 줘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토요일에 수당 없이 근무하고 연차 휴가를 내야만 쉴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연차수당은 법적 의무가 아니다. 무분별한 연차 사용이 아까워 회사가 제도를 만들었다"며 "수당은 하나를 주면 휴일, 야근 수당을 다 챙겨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어 "우리가 크런치 모드에 들어간다고 내가 말하면 이런 질문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기존의 게임들 만들면서 이런 회의를 한 적도 없었다"며 "'우리'의 게임인데 치사하게 꼬치꼬치 따져야 하느냐"는 '꼰대' 답변으로 일관했다.

◇ 언론 보도되도 업무량은 그대로… "너희들 편히 일할까 두렵다"

이후 문제의 지침이 언론에 공개되자 사측은 근무시간을 자율에 맡기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21일 지침 취소를 알리는 내부 회의에서는 기존 크런치 모드 일정에서 부과한 업무량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CBS가 입수한 회의 당시 녹음파일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넷마블 측은 우리 게임(이카루스 모바일)이 런칭 기준 1위를 확신할 때에만 나갈 수 있다고 한다"며 "평범한 실적만 올리겠다면 지금 하는 일이 헛고생이 된다. 너희가 마음 편히 일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지침이 외부에 유출된 사태에 대해 "(제보자는)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뒤 "(내부 고발에) 슬프고 실망스럽다. 이 안에서 한 얘기는 쓸데없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 내부 직원 "평소에도 비일비재한 일"… 전문가들 "게임업계 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위메이드아이오 직원 A씨는 "사측은 야근·주말·휴일 근무를 강요하지 않겠다지만, 연말 내 출시라는 기한을 목표로 짜여진 업무량은 바뀌지 않았다"며 "어차피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또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11월까지 장기간 크런치 모드를 진행해서 논란이 됐지만, 게임 업데이트·패치 등을 앞두고 1, 2주 이상 크런치 모드를 지내는 것은 일상"이라며 "야근 수당은 포괄임금제 때문에 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 이번 일이 드러나자 주변 중소 게임업체에 다니는 동료들은 '너희 회사는 월급 체불도 없고 수당도 일단 지급한다니 부럽다'고 말한다"며 "게임업계 전반에 열정 착취가 만연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전문가들은 게임업계 특유의 불합리한 구조를 뿌리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센터 김요한 노무사는 "게임 및 IT 업계는 노사 문제가 아닌 회사와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간의 계약 문제라고 취급하면서 노동법 위반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며 "노동당국이 근로감독만 성실히 해도 이러한 사례가 상당 부분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대부분 게임 개발업체가 처한 실상으로, 특정 기간 안에 게임 개발을 반드시 끝내라고 강요한다"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열정 착취 방식의 중노동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업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게임 개발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 물량 등에 대한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도록 일종의 표준계약이 마련되야 한다"며 "업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도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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