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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심 떠올랐다…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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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작과 동시에 무대에 압도당한다.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감탄이 나온다. 14개의 대형 종, 앞뒤로 움직이는 지름 2m 거대 향로, 황금빛 키릴 문자가 새겨진 벽, 회전하는 무대, 위아래와 좌우로 움직이는 세트. 그동안 '장엄'하다는 문구를 사용하는 대형 공연들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의 스케일이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이 20일부터 나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무소륵스키의 대작 [보리스 고두노프]를 선보였다. 국내에서 이 작품이 공연되는 것은 1989년 러시아 볼쇼이 극장의 내한 공연 이후 28년 만이다. 특히 국내 단체가 직접 제작해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 러시아 등 동구권 오페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흥행 또는 손익 등의 이유로 늘 보았던 레퍼토리가 또다시 무대에 오르곤 했다. [보리스 고두노프]는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 국내 초연으로 드보르작의 [루살카]를 선보인데 이어 동구권 오페라 시리즈의 일환으로 두 번째 선보이는 무대이다.

작품은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에 러시아를 지배했던 실존인물 '보리스 고두노프'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그린 대서사이다. 작곡가 무소륵스키가 완성한 유일한 오페라이기도 하다. 황권 찬탈의 야심을 품고 황태자를 살해하고 그 망령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이한 역사 속의 인물 보리스 고두노프의 이야기를 담은 푸시킨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무소륵스키는 러시아 역사의 한 단면을 그린 이 작품 곳곳에 화려한 기교의 아리아보다는 러시아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선율의 장엄하고도 숙연한 합창과 중창을 배치하였다.

그 덕에 민족적 화합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 예술적 영감이 작품 전반에 내재되어 있는 민중을 위한 오페라이자 가장 러시아적인 오페라가 태어났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공연은 1908년 림스키-코르사코프 제2개정판이다.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무대뿐만 아니라 조명도 인상적이다. 영화 [300]이 떠오른다. 빛과 그림자를 최대한 활용해 인물을 감정을 전달한다. 희망, 영광, 좌절, 의심, 두려움, 사랑, 야심, 갈등, 투쟁 등 등장인물의 감정을 회화같이 그려냈다.

보리스 고두노프가 주인공이지만, 그와 함께 핍박 받았던 민중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 격으로 등장한다. 극에 등장하는 러시아 민중은 촛불 민심을 연상시킨다. 살인까지 저지르며 최고의 권력을 거머쥔 보리스지만, 민중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쓸쓸히 운명한다.

4막에서 민중들이 바리케이드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광장에서 권력을 몰아낸 우리 촛불민심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민중들의 역할은 중요했다. 엑스트라와도 같은 앙상블의 노래와 안무가 빛이 났기에 성공적인 공연이 될 수 있었다.

특히 공연은 총 3시간에 달하고 전체적으로 무겁고 우울하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장면도 많다. 그럴때마다 앙상블이 등장해 관객을 깨웠다. 보통 주연들에게 찬사가 쏟아지지만 이번 만큼응 앙상블에게 박수를 보낸다. 민중이 일등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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