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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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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 2'

 

음악평론가 강헌이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2'을 펴냈다. 이책은 제국주의의 열풍 속에 활동한 ‘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 1980년대 자본주의의 폭발과 함께 성장한 주류와 비주류 음악, 엘리트주의를 극복하고 위대한 변혁을 이룬 신빈악파와 비밥, 오페라로 시작하여 성공적인 대중예술로 안착한 뮤지컬을 다룬다.

1장 "민족음악을 향한 멀고도 험한 길-‘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의 배경은 제국주의와 함께 서구중심주의 열풍이 불어닥친 19세기 후반 러시아와 해방 전후의 한국이다. ‘러시아 5인조’를 대표하는 무소르키스키와 ‘조선음악가동맹’의 리더인 김순남은 이른바 제1세계 서구 유럽의 관점에서 그들을 주변인으로 낙인찍는 서구중심주의자들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았다.

러시아 5인조의 음악을 관통하는 주제는 민족주의였다. 루빈스타인 형제,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음악가들이 음악의 종주국이었던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음악을 흉내 낼 때 이들은 러시아 민요와 전통에 주목하며 “우리는 우리의 중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해방 무렵 한반도에는 미군이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 자격으로 상륙했고 반공 정책을 기치로 내세웠다. 친일·친미 세력을 비롯하여 제국주의에 순응한 음악가 진영이 세력을 키우는 동안 조선음악가동맹은 음악에서 기교나 기술보다는 민중과 함께하는 호흡을 중시하며 그 깊이를 더해갔다. 특히 김순남의 〈해방의 노래〉는 전통음악적 요소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려 한 노력과 고민이 담긴 곡이다. 그는 〈인민항쟁가〉로 남북한 전체에서 최고의 스타 작곡가로 부상했으며, 동시에 이 노래로 인해 미군정의 확실한 표적이 되었다. 그리고 조선음악가동맹에서 눈에 띄는 또 한 사람은 안기영이다. 미국 유학파인 그는, 같은 유학파인 홍난파와 달리 서양음악에 경도되기보다는 우리 음악을 찾고자 했다. 특히 우리 민요를 채집하는 데 집중했다. 60여 년 전 러시아 5인조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 성과가 〈그리운 강남〉 같은 곡이다. 그냥 듣기에는 우리 민요같이 익숙한데, 우리나라의 전통적 평조음계를 서양의 온음계로 옮겼다는 점이 놀랍다. 곡의 형태는 서양음악이나 음계적 특성은 토착 정서에 따른 매우 창의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은 제국주의를 극복하고 자기 정체성을 지닌 새로운 음악사를 쓰려 했다. 그러나 불멸이 된 러시아 5인조와 달리, 조선음악가동맹은 한반도 현대사의 격랑 속에 실종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강헌 지음 | 돌베개 | 348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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