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은 2004년 안양LG의 연고 이전으로 유독 FC서울에 남다른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역사적인 첫 대결에서 강한 승리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성사된 한풀이 기회였지만 아직은 수준 차가 분명했다.
FC안양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2017 KEB하나은행 FA컵’ 4라운드(32강)에서 0-2로 패했다.
이 경기는 안양에게 2013년 창단 후 처음으로 상대하는 ‘영원한 라이벌’ 서울과의 맞대결이었다. 안양LG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며 갑작스레 ‘내 팀’을 뺏긴 안양의 축구팬이 그토록 고대하던 바로 그 대결이다.
두 팀의 객관적인 전력차는 분명했지만 경기 전 만난 김종필 안양 감독은 “지역에서도 이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분명한 승리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안양 출신의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했지만 절대 부담은 갖지 말라고 주문했다. 다만 정신적으로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등한 승부를 예고했다.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안양의 라이벌 의식을 분명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판승부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 승리가 필요하다”라며 “잘하고 이기면 좋겠지만 우선을 따지자면 내용보다 결과”라고 강한 승리의지를 선보였다.
경기 시작 전 안양의 원정 서포터가 터뜨린 엄청난 양의 홍염만큼이나 안양의 초반 기세는 무서웠다. 하지만 상대의 초반 공세를 침착하게 막은 서울은 전반 27분 윤일록의 선제골로 상대의 기를 꺾는 데 성공했다. 이상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달려들며 머리로 마무리했다.
8분 뒤 터진 서울의 추가골도 윤일록의 발에서 터졌다. 윤일록이 코너킥한 공을 안양 수비가 걷어냈지만 이 공을 주세종이 상대 문전으로 높게 차올렸고, 윤일록이 상대 골키퍼와 골대 사이의 좁은 틈으로 정확하게 공을 차 넣었다. 이 과정에서 윤일록의 슈팅을 정확하게 잡지 못한 안양 골키퍼 김민식의 실수도 있었다.
경기 후 벤치를 빠져나오는 김종필 FC안양 감독의 표정에서는 짙은 아쉬움을 읽을 수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짧은 시간에 터진 두 골에 적지에서 맹렬한 응원으로 안양 선수들을 응원했던 원정 서포터는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안양은 후반 들어 정재희와 알렉스, 김효기까지 주요 공격자원을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승리가 절실한 서울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상대와 공중볼 경합 도중 얼굴을 다친 오스마르를 대신해 곽태휘가, 선발 출전해 상대 수비를 상대로 높이의 우위를 가져왔던 심우연을 빼고 데얀을 투입하는 등 분명한 승리 각오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