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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임기영이면 두산·LG 4선발 부럽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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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굳힌 건가요?' KIA 임기영이 12일 두산과 원정에서 3회말 무사 1, 2루에서 민병헌의 희생번트 때 1루수 김주찬의 호수비로 3루에서 2루 주자를 잡아내자 미소를 짓고 있다.(잠실=KIA)

 

KIA 잠수함 투수 임기영(24)이 '호랑이 군단'의 4선발 고민을 해결해줄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팀내 4, 5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면서 붙박이 선발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임기영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과 원정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안타 5개와 사사구 3개로 3점을 내줬다. 그러나 수비 실책으로 자책점은 1개뿐이었다.

외야수 실책과 포수의 패스트볼로 실점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임기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집중력과 구위를 유지한 임기영은 5회까지 선발 투수의 역할을 다했고, KIA가 6회 3점을 뽑아내면서 8-4로 이겨 승리 투수가 됐다.

최고 구속은 139km였지만 구석을 찌르는 제구와 공의 무브먼트가 좋았다.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뺏었고,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도 적절하게 섞었다.

3회가 압권이었다. 2-0으로 앞선 가운데 임기영도 위기를 맞긴 했다. 허경민과 김재호을 각각 몸에 맞는 볼과 좌전 안타로 내보내 무사 1, 2루에 몰렸다. 이어진 1사 1, 2루에서 오재원에게 적시타를 맞은 임기영은 닉 에반스를 뜬공으로 처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우익수 이명기가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공을 놓치는 실책을 범해 동점을 허용했다.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KIA 임기영이 12일 두산과 원정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잠실=KIA)

 

하지만 임기영은 4번 타자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1회에 이어 김재환을 다시 절묘한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오재일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야수가 자초한 위기를 스스로 벗어났다.

5회도 임기영은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선두 박건우에게 2루타를 맞은 임기영은 후속 양의지 타석 때 포수 김민식이 평범한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무사 3루에 몰렸다. 임기영은 그러나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고 양의지와 허경민을 3루 땅볼로 잡아냈다. 역전 점수를 주긴 했지만 김재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임기영의 호투에 타선도 화답했다. 2-3으로 뒤진 6회 3점을 뽑아 재역전한 KIA는 6회도 3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결국 8-4로 이겨 임기영에게 데뷔 첫 선발승의 영광을 안겼다. 지난 6일 SK전 6이닝 2탈삼진 4피안타 1실점 호투에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아쉬움을 날렸다.

올해 KIA는 3선발까지는 10개 구단 최강을 다툰다. 지난해 15승의 헥터 노에시와 토종 에이스 양현종에 올해 2경기 0.71의 평균자책점(ERA)를 자랑하는 팻 딘까지 3명은 든든하다. 그러나 4, 5선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른바 '판타스틱4'의 두산과 '어메이징4'를 결성한 LG에 비해 고민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지난 6일 SK전 6이닝 1실점 역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으며 수훈선수로 뽑힌 임기영.(자료사진=KIA)

 

하지만 임기영이 잇따로 호투를 펼치면서 '고민 해결사'로 떠올랐다. 당초 KIA는 김윤동과 임기영, 홍건희를 4, 5선발로 쓸 요량이었다. 김진우가 부상에서 복귀할 때까지다. 김기태 KIA 감독은 두산과 시리즈를 앞두고 "상대 전적 등 상황에 따라 3명을 4, 5선발로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김윤동 카드는 한번 실패했다. 지난 2일 삼성과 원정에 선발 등판했지만 3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이후 11, 12일 두산전에서 연이틀 불펜으로 등판했다. 홍건희 역시 좋지 않았다. 2일 삼성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8실점한 홍건희는 11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해 두산에 5경기 2승 ERA 2.93으로 강했던 까닭. 그러나 3회도 채우지 못하고 5실점으로 무너져 패전을 안았다.

이런 가운데 임기영이 2경기 연속 선발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2경기 ERA는 1.63에 불과하다. 특히 두산전에서 잇딴 수비 실수로 위기에 몰린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은 점이 고무적이다.

당초 불펜으로 시즌을 준비했으나 향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런 활약이라면 두산이나 LG의 4선발이 부럽지 않다. 김 감독도 경기 후 "임기영의 첫 승을 축하한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직 선발로 2경기만을 치렀다. 완전한 선발로 자리를 잡으려면 표본이 더 필요하다. 상대팀의 전력 분석이 제대로 이뤄진 이후에도 꾸준함을 보여야 한다. 과연 임기영이 호랑이 군단의 4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아 가을야구와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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