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 격인 4‧12 재‧보궐 선거를 통해 수세에 몰렸던 자유한국당의 건재가 일부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에도 불구하고 진박(眞朴) 성향의 한국당 김재원(3선) 의원이 당선됐고, 수도권의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기초단체장‧광역의회 선거에서 1~2개씩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구(舊)여권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한국당이, 호남에선 국민의당이 각각 강세인 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전 구도와 같아 5‧9 대선의 표심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12일 있었던 재·보궐선거에서 진박 성향의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선됐다. (사진=자료사진)
◇ 親朴, TK ‘텃밭’ 재확인
김 의원의 당선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사망선고에도 불구하고 TK 표심이 여전히 친박(親朴)을 향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결과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원박(元朴‧원조친박) 인사다.
당초 이 지역은 여러 군이 결합된 복합 지역구의 특성 상 소지역주의가 예상됐다. 상주군의 인구가 다른 3개 군의 합산과 맞먹어 상주 출신에게 유리하다고 분석됐었다. 무소속 성윤환 후보가 지역 내에서 단일화를 이뤘기 때문에 선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 의원의 압승이었다. 특히 둘 다 상주 출신인 성 후보와 민주당 김영태 후보의 표를 합쳐도 김 의원에 미치지 못했던 점은 김 의원의 개인기 내지 친박의 건재함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국당이 TK에서 건재한 현상은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확인됐다. 대구회 수성3선거구에서 한국당 후보가 민주당, 바른정당 후보를 꺾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한국당은 이 같은 결과에 "대승"이라며 고무되는 분위기다. 김명연 대변인은 "한국당이 공천한 23곳 중 50%가 넘는 12곳에서 승리했다"며 "전통적 지지 지역인 TK 6개 지역에서 전승해 TK의 민심이 한국당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김 대변인은 "홍준표 후보와 함께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신발 끈을 동여매겠다"며 재보선의 승기를 대선으로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하남의 오수봉 시장이 당선됐지만 포천시장, 경기도의회 포천 선거구에서 자유한국당에게 밀렸다. (사진=오수봉 시장 측 제공)
◇ 민주당 수도권 ‘체면’, 국민의당 호남 ‘강세’, 바른정당 ‘한계’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하남시장 1곳, 양산에서 경남도의원 1명 등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5개는 기초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다.
수도권에서 하남의 오수봉 시장이 당선돼 체면치례를 했지만, 포천시장 선거와 경기도의회 포천 선거구에서 각각 한국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경남도의회 의석을 양산에서 추가한 것, 기초의회 선거에서 경남(김해‧거제‧양산) 지역에서 선전한 점 등이 성과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을 배출하진 못했지만, 광역‧기초의회 선거의 경우 호남에서 강세인 점을 재확인했다. 전북 전주완산, 전남 해남 등지의 도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바른정당은 기초의회 선거 2곳서 승리한 것이 전부여서 신생 정당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고향인 창녕에서 이긴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