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통합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정서영 대표회장)이 12일 서울 태평로에 있는 코리아나호텔에서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정서영 한교연 대표회장은 "양 기관의 통합을 위해 영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사회적으로도 국민대통합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은 이미 구성한 통합추진위원를 중심으로 완전한 통합을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 또 양쪽의 직원들 역시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지만, 그 과정이 만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쪽은 지난해에도 통합을 선언한 뒤 후속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험이 있다.
양쪽의 통합을 가로 막는 건 다름 아닌 이단 문제다. 한교연은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속한 개혁총회가 한기총을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한 통합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지방 일정을 이유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고시영 목사(한국교회연합 통합추진위원장) 대신 참석한 황인찬 목사(한국교회연합 통합추진위원회 서기)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강한 어조로, "다락방 류광수 목사의 탈퇴 없이는 완전한 통합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교연은 한기총 내에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이 여럿 있다고 보고 있다. 그중 다락방 류광수 목사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교연은 이단 의혹이 있는 다른 인사들에 대해서는 통합 과정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단 의혹이 있다고 보는 인사나 단체들은 걸러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락방 류광수 목사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이다. 반드시 통합 전 나가야 한다는 게 한교연의 입장이다.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린 12일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한기총에 앞으로 연합활동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한교연 쪽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자제가 아닌 한기총 탈퇴가 양쪽 통합의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다.
한교연은 한기총에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떠나야 한다는 입장을 충분히 밝혔는데도, 한기총이 자제라는 단어로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교연은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속한 개혁총회의 즉각 탈퇴를, 한기총은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자제를 약속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쪽의 입장은 몇 년 째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보수 연합기구 통합의 열쇠를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쥐고 있는 셈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논의는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류광수 목사의 연합활동 자제 발언 때문에 한교연이 반발했다.
또 한기총과 한교연이 이미 구성한 통합추진위원들이 한 번도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이번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 역시 한교연 통합추진위원회에 속한 일부 목회자들은 알지 못 했다. 지난해에도 한기총과 한교연이 공동으로 통합 선언을 한 바 있지만, 흐지부지 된 사례도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으로 보수 연합기구가 하나 된다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한 통합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